3년간 2조 투입, 쏠림현상 완화 목적
경기 41곳 비해 강원 9곳·제주 6곳뿐
대상조건·성과 등 모두 수도권 유리
전문가 "정책목표·수단 따로 노는 격
지방병원 지원·선정기준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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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175개 지정 병원(정식 164개소, 예비 11개소) 명단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은 총 75개소로 전체의 42.9%를 차지했다. 경기 41개소, 서울 22개소, 인천 12개소 순이다. 반면 강원 9개소(5.1%), 제주 6개소(3.4%), 전북 6개소(3.4%) 등으로 지역 간 격차가 뚜렷했다.
특히 강원도는 광활한 면적에 비해 9개소에 불과해 실질적 의료 접근성 개선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영월, 속초, 춘천 등에 각각 1~2개소씩 배치된 상황에서 '지역 내 필수의료 완결'이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복지부는 "지역 주민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가지 않아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지원 대상은 의료 접근성이 이미 좋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실제로 의료 공백을 겪고 있는 지방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정책 설계 자체가 수도권에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원 대상은 △급성기병원 의료기관 인증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 지정 △연간 350개 이상 수술·시술 수행 등 3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 요건을 갖춘 병원들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방 병원들은 제도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350개 기준은 일정 역량을 요구하지만, 그 기반이 없는 지방 병원은 지원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현재 인프라 기준 선정으로는 수도권 중심 결과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과 기반 차등 지원도 수도권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중환자실 수가는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라 일당 15만원에서 3만원까지 차등 가산되며, 응급의료시설도 등급별로 50~150% 수가 가산이 적용된다.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큰 수도권 병원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관계자는 "각 지역별로 최소 1개소 이상 배분했고, 기준 미충족 지역은 예비 지정했다"며 "350개 기준을 낮추면 지역 의료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병원도 지정될 수 있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비수도권 지역을 위한 별도 수가 개발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이미 역량을 갖춘 병원에 추가 지원하는 방식에 머물 경우 의료 격차 해소라는 본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의료정책 전문가는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만들겠다면서 정작 수도권 병원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은 정책 목표와 수단이 따로 노는 것"이라며 "지방 병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별도의 집중 지원책과 함께 선정 기준 자체도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