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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왜 트럼프는 관세 고집을 멈추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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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기자

승인 : 2026. 02. 2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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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경 국제부장
사법부의 엄중한 경고장도 '트럼프노믹스'의 폭주를 막아서진 못했다.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보편적 관세 부과를 위법이라고 판결했을 때, 시장은 잠시나마 법치주의의 승리를 점쳤다. 착각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판결문이 채 마르기도 전에 무역법 122조와 301조라는 다른 칼을 꺼내 들었다. 15% 글로벌 관세라는 목표를 향해 법적 근거만 갈아 끼운 채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은 것이다.

이 집요한 '관세 고집'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도대체 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치를 멈추지 않는가. 단순히 무역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경제적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이미 주류 경제학자들은 고율 관세가 수입 물가를 올리고 미국 소비자의 지갑을 털어갈 것이라 경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사법부의 제동까지 우회하며 관세에 집착하는 이유는, 그것이 경제학이 아닌 '정치 공학'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에게 바치는 가장 확실한 '정치적 전리품'이다. 미국 제조업의 본산이자 쇠락한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제조업 유권자들에게 고율 관세는 복잡한 경제 수치보다 훨씬 강력한 효능감을 준다. "우리 일자리를 뺏어간 자들에게 벌금을 매기겠다"는 선언은 논리보다 본능을 자극하며 표심을 결집시킨다. 대법원의 판결에 굴복해 관세를 철회하는 것은 그에게 단순한 법적 후퇴가 아니라, 승리의 상징을 스스로 내던지는 정치적 무장해제나 다름없다.

더 본질적으로 관세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을 지탱하는 가장 잔혹하고도 효율적인 레버리지(Leverage)다. 일단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높은 세율을 들이밀어 상대를 공포에 빠뜨린 뒤, 협상 테이블에서 야금야금 양보를 받아내는 것이 그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 철저한 산식(算式) 아래서 동맹이라는 전통적인 가치는 힘을 잃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유럽 등 우방국에조차 칼날을 거두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누구에게도 예외를 두지 않는다는 전략적 불확실성이야말로 상대의 계산기를 고장 내고 미국의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관세 정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이후 지속되어 온 규칙 기반의 질서가 종말을 고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더 이상 글로벌 리더로서의 도덕적 책무나 국제법적 정당성에 연연하지 않는다.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라는 구매력과 압도적인 군사 패권을 결합해 자국 이익이 최우선되는 새로운 무역 질서를 재설계하고 있을 뿐이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관세를 단순한 일시적 압박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거부할 수 없는 중장기 기조 변화로 읽을 것인지에 따라 우리의 생존 공식은 완전히 달라진다. 규범 기반의 다자 무역이 저물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미국 중심의 협상 구도가 상수가 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낙관이 아닌 냉혹한 실리다. 미국이 관세를 통해 얻으려는 실체적 이익과 우리가 사수해야 할 마지노선을 차분히 대조해야 한다. 결국 관세는 수단일 뿐이다. 그 수단이 겨냥하는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 그것이 새로운 통상 전략의 시작이어야 한다.
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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