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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시절, 안부처럼 주고받던 말들입니다. 접종과 무관하게 감염이 됐지만 미접종자들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참 컸습니다. '방역패스'가 시작되면서 이동제한이 생긴 것이죠. 미접종자들은 음성 확인서를 받기 위해 한겨울 엄동설한에도 검사소 앞 긴 줄을 서야 했습니다. 감염 여부와 상관없이 '증명'이 일상이던 시간입니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코로나19 대응실태' 결과는 당시의 기억을 다시 소환하며 씁쓸함을 안기고 있습니다.
24일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선 정보시스템이 아닌 공문과 이메일에 의존해 보건소 간 협조가 이뤄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접촉자 조사 누락과 공문 미회신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정부가 3T 전략(Test·Trace·Treat)을 내세워 세계적으로도 빠른 대응을 했다고 자평해왔지만, 실상은 허술한 관리로 구멍이 뚫려있었던 것이죠. 역학조사관 법정 인원조차 채우지 못한 지자체가 다수였고, 권역 감염병전문병원 구축도 지연됐습니다.
특히 백신 관리 문제는 논란입니다. 감사원은 이물이 확인된 백신과 동일 제조번호의 물량 1420만 회분이 접종됐다고 밝혔습니다. 질병관리청이 이물이 발견된 백신은 격리·보관돼 실제 접종되지 않았으며, 동일 로트에서 제조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신뢰에는 큰 금이 간 듯 보입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1년 3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접수된 이물 신고는 1285건이었습니다.
감사원의 지적에 보건당국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질병청은 '디지털·위기소통 TF'를 설치하고, 공중보건 및 사회대응 매뉴얼을 상반기 중 제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은 3분기 내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질병청은 앞서 지난해 10월 '백신 보관 및 관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현재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공항에 'AI 검역관'을 도입해 의심 증상자를 자동 분류하고, 역학조사 과정에서 AI가 밀접접촉자를 선별하며, 향후 3~6개월 유행을 예측하는 '한국형 예측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또 mRNA 백신 플랫폼을 완성해 최대 100~200일 안에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습니다.
정부가 내놓은 AI 기반 팬데믹 대응은 참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거창한 AI 기술 도입에 앞서, 감사원의 지적 사항은 매우 기본적인 것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과거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은 AI 기술의 부재가 아니었습니다. 미래지향적인 정책이라도 현장에서의 협업과 인력, 투명성이 빠진다면 데이터도 힘을 잃을 것입니다. 팬데믹 대응은 기술 경쟁이 아닌 신뢰의 문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