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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 류승완 감독, “멋부리지 않으려 노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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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기자

승인 : 2026. 02. 23. 13:52

전작들과 달리 유머 배제하고, 이별 등 인물 관계에 집중
조인성과 세 번째 협업…"이젠 뺄셈의 연기가 되는 배우"
차기작은 '베테랑3'…"2편에서 유턴해 1편 느낌으로 복귀"
류승완 감독
지난 11일 개봉한 첩보액션물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한결 깊어진 시선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사진은 '휴민트' 촬영장의 류 감독./제공=NEW
실력 있는 셰프일수록 복잡하지 않은 조리법으로 깊은 맛을 낸다고 한다. 영화 연출도 비슷하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장인' 반열로 접어든 감독들이 한때 주특기였던 화려한 테크닉의 구사를 지양하고 군더더기 없는 만듦새를 추구하는 모습과 닮았다.

첩보 액션물 '휴민트'가 담백하다 못해 살짝 심심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여운이 길게 남는 이유는 연출자인 류승완 감독의 바로 이 같은 변화 혹은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펼쳐지는 남북의 대립과 공조를 그린 이 영화는 얼핏 유사한 소재의 전작 '베를린'과 달리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대신 터질 듯한 심장을 감춘 채 무표정한 얼굴로 막판 스퍼트에 온힘을 쏟는 단거리 주자처럼,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꾹꾹 누르다가 중반 이후 냅다 달린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류 감독은 "몇 년 전부터 현장에 가면 촬영 감독을 비롯한 스태프와 '깔롱지게(멋 부린다는 의미의 경상도 사투리) 찍지 말자'고 늘 다짐하곤 한다"면서 "가급적이면 단순하게, '끼' 부리지 않으면서 방향성을 가지고 본질에 좀 더 깊이 다가가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작들과 다르게 '휴민트'는 유머가 전혀 없다"며 "기교를 배제하고 리듬만으로 서스펜스를 유지하려 애쓰는 동시에, 오로지 인물들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류 감독의 달라진 작품 접근 방식은 오랜 팬들의 뜨거운 지지와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나 스코어 측면에서는 아쉽게도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23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1일 개봉 이후 전날까지 160만명 가까이 동원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일주일 먼저 출발해 600만 고지를 바라보고 있는 '왕과 사는 남자'에 뒤져 있어서다. "요즘 같아서는 내 영화 네 영화 상관없이 일단 극장에 와 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드릴 일이죠. 설 연휴 때 무대 인사를 돌며 오랜만에 가족 단위 관객들로 북적이는 극장 안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하지만 '이 좋은 놀이터가 계속 남아있어야 할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류 감독의 14번째 장편 영화이자, '모가디슈' '밀수'에 이어 배우 조인성과 호흡을 맞춘 세 번째 결과물이기도 하다. 류 감독은 "조인성 씨는 단순한 주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 짐을 나눠 짊어지는 파트너가 됐다. 또 뺄셈의 연기가 가능해지면서 이번 작품에서는 기둥이 아닌 '뿌리' 같은 역할을 했다 "라면서 "나이를 참 잘 먹어가고 있는 연기자다. 해외 로케이션 촬영에서 '모가디슈' 때보다 더 헌신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이 정말 고마웠고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더 아상 설명이 필요없는 '베테랑3'이다. 류 감독이 1편의 성공에 대한 부채감과 자의식의 변화를 진하게 반영해 사적 응징과 폭력의 정당화 여부를 캐물었던 2편과 달리, 3편은 1편의 톤 앤 매너로 유턴한다. "저도 숨을 돌려야 하고 (주인공 '서도철' 역의) 황정민 선배 일정도 있어 제작 돌입 시점은 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휴민트'에 보내주시는 많은 분들의 사랑은 물론, 비판까지도 '베테랑3'의 자양분으로 삼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이에요. 제가 즐겨쓰는 비유인데, 한 대도 안 맞고 (복싱)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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