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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만 하면 졸업?”…고교학점제 보완책 두고 “학력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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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6. 02. 17. 15:31

선택과목 출석만 이수 기준 완화…현장 "책임교육 취지 흔들릴 수 있어"
72학점 vs 50학점 선택 격차 여전…소규모 학교·특성화고 구조 한계 지적
고교학점제 행정예고안 개선촉구 기자회견
지난달 1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국가교육위원회 앞에서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소속회원들이 고교학점제 행정예고안 개선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학점 이수 기준을 완화하고 교원 증원 등 보완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제도의 근본적인 한계를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택과목을 출석만으로 이수하도록 한 조치는 학력 관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고, 소규모 학교와 특성화고의 구조적 격차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달 10일 '고교학점제 추진 현황 및 향후 과제' 3차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교육부는 선택과목에 한해 출석률 기준만 충족하면 학점을 인정하도록 하고, 미이수 학생이 온라인 콘텐츠와 공동교육과정 등을 통해 학점을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또 교원 777명을 추가 배치하고 학생부 기재 분량을 축소해 학교 현장의 행정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간담회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학점제의 취지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충남의 한 특성화고 교사 A씨는 "성취율을 보지 않고 출석만 하면 학점을 준다면 과거처럼 교실에 앉아만 있어도 졸업장이 나오는 구조로 회귀할 수 있다"며 "책임교육이라는 이름과 달리 학생의 학업 책임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역시 예산과 인력 지원 없이 교사 개인에게 부담이 집중돼 현장에서는 '교사 독박'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 기록 부담도 여전해 교사 1인당 수천 자 분량의 기록을 작성해야 하는 '기록 노동'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지방·소규모 학교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제도 설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전북 만경여고 이승리 교사는 "선택권 확대라는 정책 취지와 달리 농어촌 학교는 교원 확보가 어려워 개설 가능한 과목 자체가 제한된다"며 "대도시 학교와의 교육과정 격차가 대입 경쟁력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규모 학교의 학생 선택 학점이 72학점 수준까지 운영되는 반면, 소규모 학교는 약 50학점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제시되며 학교 규모에 따른 '선택권 격차'가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경북 청송교육지원청 안상현 장학사도 "고교학점제는 선택권 확대를 목표로 하지만 학교 규모와 소재지에 따라 실제 개설 가능한 과목 수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편성된 과목이 실제로는 개설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학생 선택권이 조건부로 작동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특성화고의 경우 전공 실습 중심 교육과정과 학기 단위 이수 구조가 충돌하면서 학업 수준 관리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발표자는 "기초 연산이 부족한 학생이 심화 과목을 수강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전문 기술 교육의 질이 흔들리고 있다"며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실습 수업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대책이 제도 취지를 유지하면서 학교 현장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현장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고교학점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단순한 운영 완화 조치를 넘어 학교 간 여건 격차를 해소하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선택권 확대라는 정책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와 지역 간 교육 인프라 보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학생의 책임성과 교육의 질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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