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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관상 승인’ 자조 나오는 정책대출…포용금융과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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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6. 02. 01. 18:30

아시아투데이 박서아 증명사진
같은 소득 같은 조건인데도 정책대출 결과는 제각각입니다. 지점과 담당자에 따라 대출 가능 금액이 두 배 이상 벌어집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은행원은 버팀목 전세대출을 두고 "문제가 없을지 관상을 보고 결정한다"는 자조까지 내놨습니다.

정부는 정책대출 확대를 주문합니다. 그러나 정책대출은 업무를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와는 거리가 멀어 창구에서는 '기피 대상'이 됐습니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도시기금 재원으로 운용되는 저금리 대출 상품입니다. 디딤돌은 통상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버팀목은 5000만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주거 자금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정책금융입니다.

그러나 현장 체감은 다릅니다. 지방에서 상경한 20대 초반 사회초년생 A씨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원룸 계약을 위해 1억2000만원 대출을 알아봤습니다. 연봉 3000만원으로 청년 전용 버팀목을 신청했지만 한 은행에서는 6000만원도 어렵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후 여러 은행을 전전한 끝에 대출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는 대출을 승인해 준 해당 지점과 은행원을 '은인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이 같은 '복불복 심사'와 '은행 뺑뺑이'가 이어지는 배경으로는 취급 유인이 적기 때문이라는 점이 손꼽힙니다. 시중은행에서 수년간 정책대출을 맡아온 그는 "디딤돌과 버팀목 대출은 상담과 서류 검토, 보증 절차까지 품이 많이 들지만 실적과 직결되지 않아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다루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부실이 발생하면 담당자와 결재자에게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입니다. 유인은 적은데 책임은 있다 보니 취급 자체가 보수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취급 유인이 적다 보니 다른 방식으로 실적을 채우려는 관행도 포착됩니다. 대출 상담 과정에서 청약통장이나 신용카드, 급여통장 개설을 권유받았다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청년은 "카드가 없으시네요"라는 말을 듣고 대출 승인이 막힐까 우려해 권유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대출 승인을 위해 추가 거래를 해야 한다고 느끼는 상황까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은행 창구에선 영업 실적이 인사고과로 직결되는 현 평가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런 기피 현상은 쉽게 사라지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정책대출을 KPI에 적극 반영해 집행 동기를 높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 도움 없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A씨 같은 청년에게 정책대출은 선택이 아닌 생계와 직결된 자금입니다. 포용금융을 외치는 정책과 현장의 '엇박자'를 줄이고 버팀목이 이름 그대로 서민의 버팀목이 되도록 보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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