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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할 때 아냐”… 삼성, 호황 속 선대회장 ‘위기론’ 재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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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모 기자

승인 : 2026. 01. 25. 18:04

임원 세미나서 이재용 메시지 공유
올해 100조 영업익 전망에도 경계심
이건희회장 시절부터 이어온 경영철학
작년 '사즉생' 이어 '경쟁력 회복' 주문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에는 끊임없는 위기의식이 자리한다. 역대 총수들은 경영실적 높낮이와 관계없이 조직에 위기의식을 불어넣으며 기술 중심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왔다. 이른바 '위기경영'으로 요약되는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은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고 경영 전면에 복귀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전례없는 100조원대 영업이익을 넘보고 있지만, 격려보단 경계심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거듭 강조하는 모습이다. 주력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곳곳에 자리한 만큼 올해도 '기술 초격차'에 방점이 찍혔단 평가가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세미나에서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했다. 이 회장은 메시지를 통해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라며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임원 세미나에서도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과거 이건희 선대회장을 연상케 한다. 이 선대회장은 2013년 10월 '신경영 20주년 만찬' 행사에서 "자만하지 말고 위기의식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 수준인 36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 선대회장은 위기론을 재차 강조하며 경영 고삐를 바짝 조인 바 있다.

이번에도 최근 삼성전자를 향한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같은 메시지가 나왔단 점에서 재계 이목이 쏠린다. 한동안 반도체 사업에서 부침을 겪어온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맞아 가파른 실적 상승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43조원을 넘었고, 주가도 15만원선을 돌파한 상태다. 다만 일부 반도체 사업과 TV·스마트폰 등 세트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한 만큼 내부의 들뜬 분위기를 다잡고, 기술 경쟁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짚은 것으로 읽힌다.

현제 반도체 사업의 경우 HBM(고대역폭메모리) 효과에 메모리 부문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부문은 대만 TSMC 등과 격차가 상당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각각 39%, 4%다. TSMC는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 늘어난 반면, 삼성전자는 1%포인트 줄었다. 세트 사업을 보면 TV 부문의 부진이 갈수록 뚜렷하다. IT기기 수요 부진과 치열해진 경쟁 구도가 맞물린 결과다.

그간 실적 효자 역할을 해왔던 스마트폰 부문도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인상에 따라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예년 수준의 성장세를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3분기 세트 사업을 총괄하는 DX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도 기술 초격차 전략에 방점이 찍히면서 경영성과는 보다 가시화될 전망이다. 메모리 부문은 차세대인 HBM4 양산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고, 비메모리 부문도 첨단 공정인 2나노 기반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다.

세트 사업에선 AI 탑재를 통한 소비자 경험 차별화에 집중하며 수요를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여기에 12조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도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책임경영 강화 기대감도 한껏 높아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핵심 경쟁력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기술 역량"이라며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이를 기반으로 한 경영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찬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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