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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해외 첫 워싱턴 전시…한국 미술, ‘중·일 그늘’ 벗어나 ‘독자적 서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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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26. 07:00

스미스소니언 첫 해외전, 흥행·비평 두 축 모두 잡았다
"한국 미술, 중·일 부속 프레임 깨고 '주류 미술사' 진입"
'환수'서 '총체성'으로… 이병철·이건희가 완성한 수집 미학
십장생도
미국 워싱턴 D.C.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에 전시된 일월오봉도./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2026년 1월, 미국 워싱턴 D.C.의 심장부 내셔널 몰. 그 한복판에서 한국 미술은 더 이상 '이방인의 호기심'이 아니었다. 세계 미술사의 당당한 '주류(Mainstream)의 언어'로 새로 쓰이고 있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는 폐막(2월 1일)을 앞두고 누적 관람객 4만명을 넘기며 흥행 성과과 비평적 성취를 동시에 거뒀다.

이번 전시는 개막 전부터 '드라마'였다. 지난해 10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Shutdown·일시적 업무 정지)이라는 예기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세계 최대 박물관 단지인 스미스소니언의 문이 굳게 닫히면서, 수년간 공들여 준비한 한국 국보급 문화재의 첫 해외 나들이가 빛을 보지 못한 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박물관 측과 한국 관계자들의 끈질긴 물밑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15일 극적으로 전시가 개막했고, 그 과정 자체가 전시의 의미를 배가시키는 '서사'가 됐다.

전시가 말하려는 핵심인 '한국 미술이 더는 중국·일본 미술의 부속이 아니라 독자적 목소리로 서야 한다'는 주장이 셧다운이라는 외부 변수와 맞물리며, '정치가 멈춘 자리에서 문화가 재가동한 상징적 사건'으로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전시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인 지난 22일(현지시간)과 23일, NMAA는 '마이어 오디토리움'에서 '한국의 보물 심포지엄'을 개최해 이번 전시의 학술적 성과를 갈무리했다. 그리고 오는 28일, 삼성가(家) 총수 일가가 워싱턴에 총출동하는 갈라 행사가 예정되면서 '이건희 컬렉션'의 첫 해외 여정은 화려한 피날레를 예고하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 전시
미국 워싱턴 D.C.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입구./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이건희 컬렉션
미국 워싱턴 D.C.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의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에 전시된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 주전자'./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미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 직후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서 개막

이번 전시의 '현장감'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체이스 로빈슨 NMAA 관장의 2025년 12월 17일 기념 리셉션 연설이었다. 로빈슨 관장은 셧다운 직후의 혼란, 한국 측 파트너의 인내, 그리고 박물관 내부 인력의 헌신이 맞물려 전시가 결국 성사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개막 리셉션 자리에 있지만, 사실 이 장엄한 전시는 이미 한 달가량 진행됐다"며 "서울에서 온 협력자들의 놀라운 인내심과 우리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우리는 정부 셧다운이 종료되고 박물관이 재개관한 바로 그날인 11월 15일에 전시를 열 수 있었다. 이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단순한 '고생담'이 아니라, 전시가 스미스소니언이라는 공공 제도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부 기능이 멈춰 박물관이 닫힌 상황에서도, 전시를 지탱한 것은 제도 바깥의 '한국 국립중앙박물관 등과의 협력 네트워크'와 제도 내부의 '운영 역량(직원들의 작업)'이었다는 고백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전시는 '작품의 반출'만이 아니라, 작품을 둘러싼 제도 운용 능력과 국제 협업의 체계를 함께 증명하는 사건이 됐다.

이건희 컬렉션
류문형 삼성문화재단 대표이사(왼쪽부터)·황선우 미국 소미스소니언협회 국립아시아미술관(NMAA) 한국 미술·문화 담당 쿠레이터·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관 대사·체이스 로빈슨 NMAA 관장 등이 2025년 1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NMAA에서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기념 리셉션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로빈슨 관장 "지난 10년 북미 한국 미술사 최대 사건"

로빈슨 관장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순회전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것이 스미스소니언이 지난 수년간 공들여온 '한국 예술 프로젝트'의 정점이며, 북미 지역에서 한국 미술의 위상을 격상시킨 결정적 계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최근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밝혔듯, '한국의 보물전'은 지난 10년간 북미 지역에서 열린 한국 미술 행사 중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며 "이는 우리가 지난 5~6년간 (한국 예술에 대해) 쏟아온 집중과 헌신, 그리고 투자의 진정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오른쪽부터)·강경화 주미 한국대사관 대사·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 코리아소사이어티 이사장 등이 2025년 1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기념 리셉션에 참석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K-팝 데몬 헌터스' 보고 일월오봉도 찾는다...역주행의 힘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로빈슨 관장이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를 언급하며 대중문화의 언어로 관람객의 '입구'를 넓힌 순간이었다. 그는 젊은 세대가 K-컬처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통 예술로 유입되는 역주행 현상과 관련, "여러분 중 일부는 분명 'K-팝 데몬 헌터스'를 떠올리고 있을 것인데, 이제 조선시대 병풍 형태로 볼 수 있는 '일월오봉도'의 상징적인 이미지와 함께 이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컬렉션
2025년 1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기념 리셉션 모습./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美 언론 평가 "이건희 콜렉션, 한국 미술의 '중·일 부속' 프레임 흔들어"

미국 유력 매체들의 반응 역시 로빈슨 관장의 평가와 궤를 같이했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미술이 서구 박물관에서 흔히 겪는 '중국·일본 미술의 주변부'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이고 필수적인 예술적 성취로 인정받게 됐다고 분석했다.

WP는 로빈슨 관장의 말을 인용해 "이번 전시가 한국 미술을 중국과 일본의 지역적 부속물로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세계 미술사 내에서 자율적이고 필수적인 목소리를 지닌 존재로 인정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이번 전시를 한국 정부의 '소프트 파워' 전략과 연결 지으며, 현대 한국 정체성의 뿌리와 진화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고 소개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K-문화 팬들이 대중문화를 넘어 그 기원인 전통 예술로 관심을 확장하는 현상에 주목했다. 캐럴 허 NMAA 큐레이터는 포브스에 "전통 한국 예술은 인기 영화·드라마·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도달했다"며 "이번 전시가 오늘의 열광을 그 역사적 뿌리와 연결함으로써 그러한 호기심을 심화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윤 삼성전자 북미법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매체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삼성과 스미스소니언 재단과의 파트너십이 예술·문화·혁신을 잇는 공유 가치관을 상징한다며 "이번 전시가 현대적인 관심의 물결을 오늘날 사람들이 창작하고 공연하며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에 여전히 영감을 주는, 수세기 동안 이어져 온 한국 예술성과 연결하며 더 깊이 들어갈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

이건희 컬렉션
2025년 12월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스소니언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기념 리셉션 모습./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환수의 이병철, 총체성의 이건희'...삼성 2대가 완성한 수집 미학

전시의 현장감과 의미를 로빈슨 관장과 미국 언론들이 전달했다면 22일 열린 심포지엄 기조연설을 맡은 김영나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립중앙박물관장)는 1시간에 걸친 연설을 통해 '이건희 컬렉션'의 탄생 배경과 삼성가 2대의 서로 다른 수집 철학을 학술적이고도 드라마틱하게 파헤쳤다. 김 교수의 강연은 단순한 찬사를 넘어, 한국 근현대 수집의 역사를 꿰뚫는 통찰을 보여줬다.

김 교수는 "이건희 컬렉션은 거대한 기증의 목록이 아니라, 한국 미술이 스스로를 설명하기 시작한 최초의 구조적 시도"라고 정의했다. 그는 한국에 '국가 컬렉션'이라 부를 만한 총체적 수집이 부재했던 공백을 이건희 회장이 정확히 인식했고, '비싼 작품'이 아니라 '설명력이 높은 작품'을 모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평가했다.

'이건희 컬렉션'이 '부의 상징'이나 '재벌의 문화 후원'으로만 읽는 시선을 비틀며, 한국 미술이 '작품의 질'이 아니라, 작품을 한꺼번에 보여주고 연결할 구조가 없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서구 박물관에서 '중국·일본 미술의 사이'에서 설명돼 왔다고 짚은 것이다.

김정나 교수
김영나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립중앙박물관장)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마이어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기념 '한국의 보물 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이병철의 집념, "미국인 대리인을 007 작전처럼 투입하다"

김 교수는 먼저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의 수집 키워드를 '환수(Repatriation)'와 '평온(Peace of Mind)', 그리고 고려청자로 꼽았다. 1940년대 사업의 격랑 속에서 예술품을 통해 위안을 얻었던 이병철 회장은 조선 말기부터 1945년 해방 사이에 일본으로 유출된 문화재를 되찾아오는 데 사명감을 가졌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이날 강연에서는 국보 '고려 불화 아미타삼존도'를 일본에서 되찾아올 당시의 첩보 작전 같은 일화가 공개돼 청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 교수는 "이병철 회장이 처음 아미타삼존도를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일본인 소장자가 '한국인에게 팔지 않겠다'고 거절했는데, 이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삼성 미국 지사를 대변하는 미국인 전문가를, 주인은 모르게(신분을 숨긴 채) 대리인으로 급파했고, 결국 그 그림을 사서 한국으로 가져오게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나 교수
김영나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립중앙박물관장)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마이어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기념 '한국의 보물 심포지엄'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이건희의 파격, "전문가가 인정하면, 백지수표도 주저하지 않았다"

반면, 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수집을 한국 미술을 전체적으로 설명하려는 '총체성'으로 규정하면서 그 스타일을 '초일류'와 '글로벌', 그리고 '완벽주의'로 정의했다.

부친 이병철 회장이 고려청자·불교미술의 고전미에 매료됐었다면, 이건희 회장은 조선백자의 절제된 현대미와 근현대 미술, 그리고 글로벌 거장들의 작품까지 포괄하며 '한국 미술이 무엇인지'를 한꺼번에 보여줄 스펙트럼을 구축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무엇보다 '비용'보다 '질(Quality)'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김 교수는 "아버지와 달리 이건희 회장은 비용을 우선시하지 않고 오직 최고 품질의 물품만을 구입하겠다고 고집했으며 전문가들의 평가와 검증을 거친 후라면 탐나는 작품을 얻기 위해 그 어떤 대가를 치르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철학 덕분에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같은 국보급 고미술뿐만 아니라, 클로드 모네·파블로 피카소·알베르토 자코메티와 같은 서양 거장들의 작품까지 아우르는 방대하고 수준 높은 컬렉션이 완성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이건희 회장이 현대 예술가들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가졌다고 전했다. 특히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과의 일화는 청중들에게 감동을 줬다.

김 교수는 "1996년 백남준 선생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통해 공식 후원을 약속,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명물인 비디오 조각 '다다익선'에 들어간 1000여대의 TV 모니터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건희 컬렉션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마이어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 기념 리셉션 모습./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기증으로 완성'...2028년 오픈 서울 송현동 '이건희 기증관', "질문 만드는 기관"

김 교수 강연의 정점은 2021년 기증에 대한 해석이다. 그녀는 기증을 단순한 사회 환원이나 '미담'으로 축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증이야말로 컬렉션을 '사유재'에서 '공공의 해석 자산'으로 바꾸는 제도적 장치이며, 그 순간 컬렉션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사회의 지식 인프라가 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소유가 지속되는 한, 컬렉션은 개인의 서사에 묶이지만, 기증되는 순간 공공기관의 연구·전시·교육 체계 안으로 들어가며 다수의 해석 가능성이 열리고, 그때부터 비로소 '한국 미술을 설명하는 구조'로 기능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이건희 회장 타계 후 유족들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문화재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1921년부터 1932년까지 11년 동안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앤드류 멜론의 미국 국립미술관 기증에 비견하며, 향후 건립될 기증관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녀는 "2022년, 서울 도심 송현동 부지(옛 미 대사관 직원 숙소 부지)에 이건희 회장 기증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국립박물관들에 기증된 모든 작품을 한자리에 전시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2028년 개관할 이 공간이 단순한 유물 창고가 아니라 "답을 주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곳"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미술이 세계 미술사에서 어디에 위치하는가', '동아시아 미술의 경계는 어떻게 재편되는가', '전통과 현대는 어떤 지점에서 만나는가' 등의 질문을 상시적으로만들어내는 기관이 될 때, '이건희 컬렉션'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학술·문화 플랫폼이 된다는 것이다.

중국 출장 뒤 귀국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2박 3일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연합
◇ 폐막 앞두고 워싱턴 '문화보국' 피날레 갈라, 삼성家 총출동

전시 폐막을 나흘 앞둔 오는 28일 워싱턴 D.C.에서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장면이 연출될 예정이다. 삼성은 이날 '이건희 컬렉션'의 성공적인 첫 해외 전시를 기념하기 위한 갈라 행사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 총수 일가가 총출동하고,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미국 정·재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갈라 행사는 단순히 전시 성공을 자축하는 자리를 넘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이어져 온 '문화보국(文化報國·문화로 나라에 보답한다)' 정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삼성가 유족들은 이번 전시를 위해 소장품 기증에 그치지 않고, 국립중앙박물관과 협력해 해외 순회전을 적극 지원해 왔다. 특히 김영나 교수가 강연에서 언급했듯, 홍라희 전 관장은 리움미술관을 통해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이끌어온 주역으로서 이번 워싱턴 방문의 의미가 남다르다.

스미스소니언에서 시작된 '이건희 컬렉션'의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 전시는 오는 2월 1일 막을 내린 뒤, 3월 초부터 7월 초까지 미국 시카고 미술관(Art Institute of Chicago), 그리고 9월부터 2027년 1월까지 영국 런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으로 이어진다.

워싱턴 D.C.에서 셧다운을 뚫고 피어난 'K-예술'의 꽃은 이제 시카고와 런던을 거치며 "수집은 개인의 열정에서 시작되지만, 그 끝은 사회와 나누는 것"이라는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함께 세계 미술사의 중심부로 더 깊숙이 파고들 예정이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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