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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들떠 있는 주식시장과 달리 외환시장은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수가 치솟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다시 1470원대 후반을 넘어 148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가 증권사들을 소집해 해외 주식 마케팅 자제를 요청하며 환율을 1430원대 초반까지 끌어내리기도 했지만, 새해 들어 반등세가 뚜렷하다. 시장 일각에선 환율 상단이 1500원선까지 열려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주가는 신고가를 향하는데 통화 가치는 약세를 보이는 이 조합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지수 상승의 내용도 고르다고 보기는 어렵다. 상승 동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형주에만 집중돼 있다.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중소형주는 여전히 힘이 없다.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가 시장 전체의 체질 개선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다.
더욱 불편한 대목은 개인투자자의 선택이다. 국내 지수가 연일 기록을 새로 쓰는 와중에도 개인의 자산은 미국 주식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주식 보관 금액은 2024년 1121억 달러 수준에서 2025년 1636억 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들어서도 보름 만에 1718억 달러까지 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개인이 환율 변동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달러 자산을 선택한다는 점은, 원화 자산에 대한 신뢰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부 역시 대응 수단을 넓히며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다. 개인 자금의 해외 이동을 제어하는 데 한계가 분명해지자, 이제는 기관의 자본 흐름까지 점검 대상에 오르는 분위기다. 연초부터 이례적으로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환시장에 영향력이 큰 연금의 운용 방향에까지 시선을 옮겨간 셈이다.
문제는 수급을 통해 지수를 떠받친다고 해서 근본적인 불편함이 해소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코스피 5000은 정책과 수급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환율과 자본 흐름은 결국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환율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를 선택하는 한, 숫자가 아무리 높아져도 시장의 불안은 남을 수밖에 없다.
코스피 5000은 분명 의미 있는 성취다. 다만 주가는 오르는데 통화 가치가 흔들리고, 개인의 선택이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축배를 들기엔 마음이 편치 않다.
지금 우리 증시에 필요한 것은 더 높은 숫자가 아니라, 이 괴리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다. 지수는 앞서가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는 아직 그 자리에 도달하지 못했다. 환율 불안이 이어지는 한, 코스피 5000은 여전히 불편한 성적표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