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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트럼프의 ‘마약 카르텔 명분 미군 투입’ 제안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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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1. 13. 09:20

셰인바움 대통령 "영토 방어는 멕시코 책임"… 주권 강조
마두로 축출 뒤 美 압박 수위 더 높아져…"외교안보 시험대"
MEXICO-GOVERNMENT-PRESSER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팔라시오 나시오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미국이 멕시코 마약 카르텔 문제를 명분으로 군사 개입 가능성을 거론하자 멕시코 정부가 이를 공식 거부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의 군사적 개입은 필요하지 않다"며 "영토 주권 수호는 멕시코의 몫"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을 동원해 멕시코 내 마약 카르텔을 직접 타격하자는 제안을 다시 꺼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도 같은 제안을 한 적이 있다"면서도,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미국의 압박이 한층 노골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TV 인터뷰에서 "미국은 카르텔과 관련해 지상 공격을 시작할 것"이라며 "이들이 멕시코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이 발언이 베네수엘라 사태를 계기로 중남미 전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개입 기조를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백악관은 정상 간 통화가 원만했다고 강조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셰인바움 대통령과 무역과 불법 마약 유입 차단 문제를 논의했다"며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는 미국 사회를 파괴하는 마약 테러를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멕시코 안보 당국 내부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마두로 축출 이후 멕시코 고위 관리들이 비공개 회의를 열고 미군 투입 요구를 넘어 미국이 셰인바움 대통령의 여당 인사들에 대한 체포나 신병 인도를 요구할 가능성까지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일부 정치인들이 카르텔과 연계돼 있다고 판단할 경우 직접적인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 행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WSJ는 멕시코 보안 기관들이 미 법집행기관 및 미군 수뇌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기존의 양국 안보 협력 채널이 여전히 작동 중이라고 전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취임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안보 압박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멕시코 안보라인에서는 "이제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임 대통령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침묵을 지켜왔으나,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 미국의 조치를 "베네수엘라 국민의 주권에 대한 오만한 공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WSJ는 이 발언이 셰인바움 대통령의 절제된 공식 반응보다 훨씬 강경해, 여권 내부의 긴장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집권 여당 모레나는 부패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증거가 있다면 사법 절차에 따라 수사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가 정치권으로 확대할 경우 정국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군의 일방적 개입이 현실화될 경우 양국 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멕시코 안보 분석가 에두아르도 게레로는 "미국의 군사 행동은 민족주의적 반발을 촉발하고 양국 협력을 무너뜨릴 것"이라며 "결국 가장 큰 수혜자는 조직범죄 세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는 카르텔 단속에서 일정 성과를 거뒀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수위가 더 높아질 경우 멕시코의 외교·안보 전략은 또 한 번 중대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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