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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축출 뒤 베네수엘라 전방위 통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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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기자

승인 : 2026. 01. 07. 09:47

언론인·시민 체포 잇따라…무장조직 거리 장악
"지도자 바뀌었지만 권력은 그대로" 공포 확산
USA-VENEZUELA/
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한 거리에서 '마두로가 대통령이다'라고 적힌 그래피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 특수부대에 의해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수도 카라카스에는 잠시 환호와 안도감이 번졌다. 10년 넘게 이어진 권위주의 통치가 끝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흘렸고, 한 가족은 몇 달 전부터 '그날'을 기다리며 보관해 둔 샴페인을 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불과 이틀 만에 무너졌다. 도시는 다시 공포와 불안, 침묵에 잠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정부가 마두로 축출을 지지하거나 환영하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전국적 단속에 착수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언론인과 일반 시민이 잇따라 체포됐고, 친정부 무장조직이 수도 곳곳에 배치되며 사실상의 통제에 나섰다. 한 50대 여성은 "2024년 대선 직후와 똑같은 기분"이라며 "우리는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또다시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했다. 당시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했다는 개표 결과가 나왔음에도 정권이 이를 뒤집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이번 탄압은 지난 5일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이 국회에서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한 날 본격화됐다. 취임식 직후 고위 군 지휘부는 공개적으로 로드리게스에 대한 충성을 선언했다. 이는 지도자만 바뀌었을 뿐, 군과 정보기관, 사법·치안 권력으로 이어지는 기존 통치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

국가언론노조는 이날 하루에만 최소 14명의 언론인과 언론 종사자가 구금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1명은 국제 언론 소속이었다. 대부분은 몇 시간 뒤 석방됐지만, 군 방첩요원들이 휴대전화를 압수해 문자 메시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일일이 확인했다고 증언했다. 구금은 주로 국회 인근에서 이뤄졌는데, 취임식은 로드리게스의 친오빠이자 국회의장인 호르헤 로드리게스의 주재로 진행됐다.

당국은 일반 시민을 상대로도 강경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미국의 무력 공격을 지지하거나 선전한 자'를 즉각 체포하라는 내용의 '외부 비상사태' 포고령을 발동했다. 이 포고령은 시위와 집회의 권리를 중단시키고 이동의 자유를 대폭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부 메리다주에서는 60대 주민 두 명이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마두로 체포를 축하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카라카스 전역에는 '코렉티보스'로 불리는 친정부 준군사 조직이 검문소를 설치했다. 이 조직은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형성된 비공식 치안 세력으로, 이후 마두로 정권 아래에서 사실상의 거리 통제 역할을 해 왔다. 주민들은 차량을 멈춘 채 무장 대원들에게 휴대전화를 넘겨줘야 했고, 대원들은 메시지와 게시물을 훑어보며 미군 급습을 지지한 흔적이 있는지 확인했다.

도시는 긴장 속에 기묘한 정적이 흐르고 있다. 일부 상점은 문을 열었지만 거리는 한산했고, 주민들은 "마치 일요일처럼 텅 빈 느낌"이라고 말했다. 마두로 체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지만, 미국이 베네수엘라 당국에 실제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문제를 국무·국방 분야 고위 인사들과 함께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히며, 현 단계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반체제 인사 수용과 고문 장소로 악명 높은 엘 헬리코이데 구금시설을 폐쇄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현지 인권단체 포로 페날은 현재도 860명 이상이 정치범으로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단속을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규정하며 국제사회의 감시를 촉구했다. 그는 로드리게스를 "고문과 박해, 부패의 핵심 설계자 중 한 명"이라고 비판했다.

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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