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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전동화 급제동’ 충격파…배터리 ‘최대’·車업계 ‘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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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승인 : 2025. 12. 28. 17:05

배터리 업계 잇단 계약 해지…피해 규모 확산 전망
국내 완성차 피해는 최소…하이브리드 생산 등 유연 대응
"전동화 속도 조절, 중국 전기차 대응 견제 전략 해석"
현대차그룹, '플러그 앤 차지' 충전 네트워크 본...<YONHAP NO-2485>
현대차 아이오닉 5 차량이 PnC 적용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모습. /연합
미국과 유럽(EU)이 그동안 유지해 온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및 전동화 가속 기조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선회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동차·배터리 산업 전반에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EV)를 전제로 설계됐던 완성차 로드맵과 대규모 배터리 투자 계획이 동시에 흔들리며, 미래 전동화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HEV) 자동차를 함께 판매하고 있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들어 전기차 보조금 중단 등의 정책을 통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공존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에 EU 역시 2035년 내연기관 퇴출이라는 상징적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규제 강도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운용을 조정 중이다.

당장 전기차를 생산하던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는 향후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글로벌 곳곳에서 배터리 공급 계약 재검토, 투자 연기, 증설 계획 취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전동화를 전제로 체결됐던 중장기 계약이 재협상 또는 해지 대상이 되면서, 배터리 업계는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이 같은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FBPS(프 그룹 계열) 간 3조9000억원 규모 배터리 공급 계약 해지다. 지난 26일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4월 양사가 계약한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을 상호 협의로 해지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해당 계약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 확대를 전제로 체결됐지만, 전동화 정책 기조 변화와 EV 시장 성장 둔화가 겹치면서 사업성이 흔들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해지는 불과 열흘 전 공개된 LG에너지솔루션과 포드의 9조6000억 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 해지 후 이루어진 두 번째 해지로, 업계에서는 유사한 계약 재검토 사례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합작 확대 대신 축소 및 단독 운영 등으로 급선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5월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3공장을 사들인 데 이어, 최근에는 혼다와의 북미 합작회사(L-H 배터리) 자산을 혼다 미국 법인에 매각하기로 했다. SK온도 포드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 공장을 분리해 따로 운영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대신 ESS 중심으로 라인을 바꾸고,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일부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LFP 배터리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완성차 업계 역시 전기차 올인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EV 전환 가속"을 외치며 내연기관 투자를 축소했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들어 하이브리드(HEV)와 내연기관을 포함한 멀티 파워트레인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는 기술 후퇴라기보다는 시장 리스크 관리 차원의 전략 수정에 가깝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국가·지역별로 크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EV 단일 전략은 수익성과 생산 안정성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계는 유연한 대응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 같은 경우 전동모델이라는 하나의 라인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이브리드나 그 외 고급화 전략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기차 생산을 아예 축소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EU의 전동화 속도 조절은 단순히 소비자 수요 둔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를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산업 잠식에 대한 전략적 대응으로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유럽 자동차 업계에서 2035년까지 내연기관 판매 종식이 너무 빠르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왔다. 또한 BYD 전기차 등 중국산 자동차와 배터리의 유럽 상륙으로 유럽 내 자국 기업들만 피해를 입는 다는 비판들이 쏟아졌다"면서 "이번 유럽의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정책은 이런 상황에 대한 정책적 수정으로, 전기차로만 승부를 보는 업계에는 피해가 클 것이지만 하이브리드차나 내연기관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는 피해가 적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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