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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인사이트] 한국과 달리 상속·증여세·파업 없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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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12. 28.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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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희 한양대 경영대 교수
최근 중국기업들의 약진으로 많은 한국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이 시장경제시스템을 일부 도입은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경제적 자유가 낮은 사회주의체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기업과 기업인들의 자유를 서서히 용인해 왔으며 때론 파격적으로 허용해 왔다. 2004년의 사유재산제 인정은 대표적으로 파격적인 경우다. 현재도 중국은 토지의 경우 국가가 소유하지만, 2004년에 헌법 제13조에 '공민의 합법적 사유재산은 불가침'이라고 못 박으며 사유재산제를 공식화했다. 물론 예외조항은 있으나, 기본적으로 중국은 지난 20여 년간 사유재산을 인정해온 나라인 것이다.

더 가공스러운 것은 중국정부가 사유재산제도, 주식회사제도 등 서구의 좋은 제도들을 사회주의에 포함시켜 이를 '신(新)사회주의'라고 포장해 중국의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마치 블랙홀처럼, 중국의 사회주의는 서구 경제발전의 장점들을 자신의 사회주의내에 빨아들이고 이를 신사회주의로 재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중국 학자들은 막스의 이론까지 비틀어서, 막스적 사고 내에서도 사유재산제도와 주식회사 제도가 공존 가능하다는 기상천외의 논리까지 만들어 정부의 신사회주의 정책을 뒷받침했었다.

이와 같은 경제시스템 위에, 중국엔 한국기업에 없는 몇 가지 유리한 점이 있다. 첫째, 중국에는 한국과 달리 상속세나 증여세가 없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높은 상속세와 증여세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악화시킨다. 상속세가 버거워 애써 일군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폐업하거나 해외 사모펀드에 매각하기도 한다. 반면 중국에서는 상속세 때문에 기업을 파는 사례 자체가 없어 기업가가 안정적으로 경영에 집중할 수 있다.

둘째, 중국은 한국보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적다.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임에도 불구하고 1982년 헌법에서 파업권을 삭제하였다. 따라서 파업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과격한 파업을 할 경우 공산당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중국은 공산당이 정한 하나의 노조인 '중화전국총공회'만 존재하고, 다른 독립적인 노조를 만들 수 없다. 중화전국총공회는 공산당 조직의 일부이며, 이 조직이 노동자들의 파업을 직접 주도한 사례는 거의 없다. 오히려 파업을 막거나 사측 입장을 지지하여 생산의 안정을 도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중국도 2023년 이후 파업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고, 2024년 전국에서 1509건의 노동 파업이 있었다는 일부 보도도 있지만, 앞서 언급한 이유로 파업이 소규모로 분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공산당의 개입으로 크게 확대되지는 않고 있다. 노란봉투법과 같이 노조편향적인 법과 전투적 독립 노조가 있는 한국에 비하면 기업하는 조건이 아주 좋은 것이다.

이 외에도 중국기업들은 인적 및 산업인프라에서 한국기업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최근 한중의 공대와 의대 열기를 비교하는 다큐로 인해 많이 알려졌듯, 중국에는 기업이 채용할 수 있는 우수한 공학도들, 즉 인적자원의 공급이 훨씬 풍부하다. 산업인프라 측면에서도 한국의 산업용 전기료의 경우 중국보다 50%나 비싸다. 더욱이 전략산업에는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지원이 제공된다. 물론 한국도 중국에 비해 유리한 제도나 인프라가 분명 있지만, 지금 창업과 성장의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 중국일 것이다. 중국대졸자의 창업률이 한국보다 10배라는 조사도 있었다. 창업생태계도 세계적 수준으로, 베이징은 2025년 창업하기 좋은 도시로 세계 5위에 꼽혔다. 세계 유니콘 기업 순위도 미국에 이어 2위다.

중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흔히 회자되는 농담이 있다. "동북아시아 역사에 두 개의 기적이 있었는데, 하나는 중국이 공산화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이 아직도 공산화되지 않은 것이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그만큼 중국은 예부터 장사에 밝고 자본주의적 기질이 있었고, 한국은 국민정서상 평등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 중국에선 구사회주의의 모습은 사라지고, 전통 화상(華商)의 기업가정신이 다시 부활되고 있는 듯하다. 한국보다 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이 시간문제가 될지 모르겠다.

이웅희 한양대 경영대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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