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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현상금 100억 걸었다…FBI가 쫓는 北 ‘어둠의 은행가’ 심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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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제 기자

승인 : 2025. 12. 27. 08:59

미 연방수사국(FBI)이 공개한 북한 자금세탁원 심현섭 수배포스터. /FBI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불법자금 세탁을 총괄해 온 핵심 인물 심현섭을 지목하며 최대 700만달러(약 104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이 미 법무부 기소장 등을 토대로 전한 바에 따르면, 심현섭의 주요 임무는 해외에서 북한 지도부를 위한 불법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세탁하는 것이다. 북한은 해외 파견 노동자와 해커 조직을 통해 러시아·중국·아프리카 등지에서 매년 수억달러 규모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으며, 이 자금을 추적이 어렵도록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심현섭 같은 ‘은행가’들이 등장한다.

대외무역은행 계열사 대표였던 심현섭은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에 파견돼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한 류현우 전 주쿠웨이트북한대사관 대사대리는 “브로커를 통해 암호화폐를 현금화하고 위장회사 계좌로 옮기는 방식”이라고 그의 수법을 증언했다.

북한의 IT 인력이 해킹으로 빼돌린 암호화폐는 여러 디지털 지갑을 거친 뒤, UAE·중국 등지의 브로커를 통해 달러로 교환된다. 이후 자금은 심현섭이 만든 위장회사 계좌로 흘러들어가 북한 정권이 필요한 물품 구매에 직접 사용된다. 2019년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헬기를 구입해 북한으로 들여올 때에도 약 30만달러가 이런 방식으로 쓰였으며, 대금은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한 로펌을 거쳐 처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소장에 따르면 심현섭은 시티·JP모건·웰스파고 등 미국 금융기관을 이용해 310건, 총 7400만달러(약 1096억원)에 달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는 북한 은행가들이 수년에 걸쳐 최소 60억달러(약 8조9000억원) 이상의 암호화폐를 세탁했다고 추정한다.

심현섭은 가짜 담배 제조·밀매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보로 등 유명 브랜드 담배의 위조품 생산에 필요한 담뱃잎을 중국·UAE 등지에서 위장회사를 통해 조달해 북한으로 운송했고, 대금 결제 역시 글로벌 은행망을 활용했다.

그는 2016년 유엔 제재 대상에 오른 데 이어 2023년 미국의 제재 명단에도 포함됐다. 2022년 UAE에서 추방된 뒤 중국 단둥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체포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WSJ은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심현섭의 활동을 알지 못하며 미국의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희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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