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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촉발한 ‘자원 병목’… 반도체·구리 장기 공급난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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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2. 04. 15:54

업계 "메모리 부족 2027년말까지
HBM 쏠림에 일반 칩도 품귀 현상
데이터센터·방산 수요에 구리값 폭등
IEA "2035년 돼도 수요 70%만 충족"
인플레 자극하는부품난 '거시경제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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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애쉬번의 아마존 웹 서비스(AWS) 데이터 센터 'US East 1' 모습으로 10월 20일(현지시간) 찍은 항공 사진./로이터·연합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 확장으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와 구리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부족 현상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AI 붐이 메모리 반도체 공급 위기를 촉발해 일부 가격이 지난 2월 대비 2배 이상 상승하고 있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이 2027년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녹색 전환을 위한 전력망 인프라 구축과 AI 데이터센터 운영, 그리고 국방비 지출 증가로 구리 수요가 폭발해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t당 가격이 2년 전 8500달러에서 1만1000달러를 넘어섰지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광산업체들의 올해 기준 생산 계획으로는 2035년까지 전 세계 수요의 70%만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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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4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위스콘신주 마운트플레전트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내부의 배선 모습으로 9월 18일(현지시간) 찍은 사진./로이터·연합
◇ "돈 줘도 못 구한다"… AI용 HBM 블랙홀이 삼켜버린 메모리 공급망

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은 USB 드라이브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플래시 칩부터 데이터센터 AI 칩에 공급되는 첨단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유형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수천억 달러가 투자되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을 지연시키고, 많은 나라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을 가중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전망했다.

기술자문사 그레이하운드 리서치의 산치트 비르 고기아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부족은 이제 부품 수준의 문제에서 거시 경제적 위험으로 격상됐다"며 AI 인프라 확장을 공급망이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은 제조사들이 AI 인프라 구축용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생산 확장에 집중, 기존 메모리 제품에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스마트폰·퍼스널컴퓨터(PC)·가전제품용 칩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에 따르면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주로 사용되는 DRAM 공급업체의 평균 재고 수준은 지난해 말 13~17주에서 지난 7월 3~8주, 10월 2~4주로 계속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부족 현상은 2027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에게 전망했고, 삼성전자는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진행된 한 산업포럼에서 "요즘 너무 많은 기업으로부터 메모리 공급 요청을 받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된다"며 "만약 공급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들은 사업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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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로 2022년 2월 25일 찍은 사진./로이터·연합
◇ AI 데이터센터, '구리 먹는 하마'… 군비 경쟁까지 더해져 수요 폭발

AI용 데이터센터 구축 붐은 구리 수요 폭증과 가격 폭등도 유발하고 있다. 멕시코 광산업체 그루포멕시코에 따르면 AI용 데이터센터 운영에 1메가와트(MW)당 구리 사용량이 27~33톤으로 기존 시설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세계 최대 광산기업 BHP는 205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구리 사용량이 6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인 재무장 움직임도 구리 수요를 폭증시키고 있다. 소시에테제너럴의 애널리스트들은 2024년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이 2조7000억달러로 전년도 대비 9.4% 늘었다고 추정했다. 광산을 운영하는 로버트 프리드랜드는 "구리 수요의 상당 부분이 숨겨져 있다"며 "군사적 수요는 절대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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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구리 채굴국인 첼레의 앵글로 아메리칸 로스 브론세스 구리 광산의 전경 사진으로 로이터통신이 2024년 4월 26일(현지시간) 입수한 사진./로이터·연합
◇ 광산 정체와 빅테크 경쟁 속 커지는 '신(新) 자원 전쟁'

이런 수요 급증에도 불구하고, 구리 공급은 정체하고 있다. 100년 이상된 기존 광산은 노화화돼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지만, 신규 광산 건설이 거의 없어 대규모 미개발 매장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은 구리 확보를 위해 전통 산업업체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구리 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일 미국 경제 매체 마켓워치에 따르면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 7월 23일 파운드당 5.8195달러로 최고점을 찍었다.

IRH 글로벌트레이딩의 비닛 미라 CEO는 구리가 '새로운 금'이라며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에 최근 수준의 가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FT는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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