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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 ‘뷰티·생활용품’ 떼내고 ‘항공·화학’ 체력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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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경 기자

승인 : 2025. 09. 14. 17:18

고수익·고성장 투트랙전략
태광에 애경산업 매각 연내 마무리
6000억 재원 확보 포트폴리오 재편
제주항공, 노선 늘리고 기단 재조정
애경케미칼, 신소재 등 해외진출 가속
애경그룹이 70년 그룹 역사의 출발점인 애경산업을 매각하며 대대적인 사업 재편에 나선다. 화장품과 생활용품 제조사인 애경산업을 태광그룹에 넘기고 약 6000억원의 재원 확보를 통해 재무 구조 개선과 함께 항공과 화학 투트랙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재무 위기와 계열사 실적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애경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 재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AK홀딩스에 따르면 회사는 애경산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태광산업과 티투프라이빗에쿼티, 유안타인베스트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지난 12일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지주회사인 AK홀딩스와 애경자산관리 등이 보유한 애경산업 지분 약 63%를 넘기는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는 실사, 주식매매계약서 작성, 선행조건 이행 등의 절차를 거쳐 매각대금 지급으로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다. 통상 우선협상자 선정부터 거래 종료까지는 3개월 정도 소요되며, 애경그룹은 연내 매각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금액은 4000억원 후반대로 알려졌다. 애경그룹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애경산업은 1954년 고(故) 채몽인 창업주가 설립한 애경유지공업을 모태로 하는 그룹의 뿌리다. 1985년 생활용품 사업 부문을 분리해 설립된 애경산업은 주방세제 '트리오', 치약 '2080', 화장품 브랜드 'AGE20'S' 등으로 국민들에게 친숙한 기업이다.

이번 매각의 가장 큰 목적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372.9%에 달하고, 연결기준 순차입부채가 지난해 2조원을 넘어서면서 그룹 전체 유동성에 위기가 찾아왔다. 애경그룹은 애경산업 매각으로 4000억원, 지난달 말 매각을 완료한 애경중부컨트리클럽에서 2300억원 등 총 63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 자금은 주식담보대출 등 고금리 차입금 상환과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계열사 지원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그룹은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약 3000억원의 차입금을 조달해 왔는데, 지난해 말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계열사 주가가 동반 부진하면서 담보가치 하락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애경그룹은 모태 사업 정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넘어 사업 구조 개편에 나선다. 자산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항공(제주항공)과 화학(애경케미칼) 사업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집중한다.

제주항공은 코로나19 당시 지원받은 산업은행 기간산업안정기금 중 364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CB) 콜옵션을 행사하는 등 정책자금 조기 상환에 나서고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기단 재정비와 노선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애경케미칼은 무수프탈산과 가소제 분야에서 국내 1위, 세계 4위의 위상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매출액 4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 등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신소재 사업 확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애경그룹이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떨어지는 전통 생활용품 사업을 정리하고, 고수익·고성장이 가능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로 재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정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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