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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신사업 답보… ‘2위 수성’ 흔들리는 DB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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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5. 08. 17. 17:48

당기순익 9069억원, 전년비 19%↓
1% 하락 선방한 메리츠화재 대비
보험손익 감소에 하반기도 어려워
DB손해보험이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에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20% 가까운 순이익 감소폭을 기록하면서다. 메리츠화재가 실적 감소폭을 1% 수준으로 관리하며 선방한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손해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 악화를 겪는 가운데 오랜 기간 유지되던 '삼성화재 1위, DB손보 2위' 판도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손보업계 2위권 경쟁은 2023년 DB손보가 메리츠화재에 밀리며 본격화됐다. DB손보는 2024년 김정남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복귀시키며 반등을 꾀했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3년간 DB손보 대표이사를 맡아온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김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복귀한 건 업계 2위를 빼앗긴 위기감 때문이었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지만 올해 메리츠화재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김정남 카드'가 무색해졌다. 오히려 김 부회장이 '전사 경영자문'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정종표 대표이사 체제가 힘을 받지 못하는 옥상옥 구조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DB손보의 실적 반등 계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보험료 인상이 요원한 만큼 본업에서의 반등은 사실상 어려운 상태다. 게다가 정 대표가 올 초 신년사에서 강조해 온 요양사업 등 신사업도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시화된 게 없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9069억원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3% 감소한 수치다. DB손보의 실적 부진은 보험손익이 감소한 영향이다. 상반기 보험손익은 38.9% 줄어든 6704억원이었다.

장기보험의 경우 의료계 파업 영향이 소멸된 데다 경북산불 사고 등으로 위험손해율이 상승했다. 자동차보험은 4개년 연속 요율인하로 대당경과보험료 감소가 이어져 손해율이 올랐다. 일반보험은 경북산불과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 등 일회성 사고영향으로 2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2위 경쟁을 벌이던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 하락하는 데 그쳤다.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이 9873억원을 기록하면서 양사의 위상이 뒤바뀌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DB손보는 메리츠화재에 1264억원 앞서고 있었지만, 올해는 오히려 804억원가량 밀리는 상황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업황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반보험 부문 역시 신규 계약 확대나 수익성 개선 여지가 제한적이다.

업황 악화 속 신사업 부재도 발목을 잡고 있다. 정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규수익 창출을 위해 요양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반기가 지나도록 구체화된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인데, 정 대표의 청사진은 '허울뿐인 약속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 체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김정남 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하지만 2024년 한 해 실적 방어에 그친 뒤 올해 들어서는 뒷걸음질 쳤다. 정종표 체제가 실질적인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요양사업과 같은 신사업 진행이 더딘 이유로도 지목된다.

DB손보는 여전히 시장 점유율과 자산 규모 면에서 손보업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꺾인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절실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보험과 자동차보험을 많이 보유한 곳의 적자가 큰 데다 하반기에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영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하반기 손보사들 실적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DB손보 관계자는 "(김정남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조언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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