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1700TWh로 한국의 소비량의 3배
11차 전기본 미래 전력 수요 ‘과소 예측’
2030년 18TWh 전망, AI 반영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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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기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은 2024년 기준 415테라와트시(TWh)로 2030년까지 945TWh로 증가할 전망이다. 2030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연평균 약 15%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는데, 같은 기간 전체 전력 소비 증가율보다 4배 이상 빠른 속도다. 2035년에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최대 1700TWh까지 증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1기가와트(GW) 발전 용량을 가진 원전 1기의 1년 전기 생산량인 8700GWh 중 85%(7500GWh)만 가동한다고 가정해도, 1700TWh는 원전 227기를 가동해야 얻을 수 있는 전력량이다.
미국의 경우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일부 지역은 전력 수요 변동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원자력과 LNG 등 에너지믹스 정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4년 5월 발간한 'AI 혁명에 부응한 선제적 전력 공급·전력망 확충 긴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3년 12월 기준 총 150개로 이들이 계약한 전력 용량은 총 1986메가와트(MW)에 달한다. 정부의 전망대로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732개가 추가로 건설될 경우, 국내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용량은 약 4만9397MW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전력수요 예측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반도체 수요 등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빗나간 전력수요 예측이 첨단산업 육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는 매번 전기본 발표 때마다 반복돼 왔다.
주요국 데이터 센터 전력 수요 예측은 우리나라가 가장 낮게 전망하고 있어, 정전 등 현실적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중국, 일본, 프랑스, 독일의 경우 AI를 고려해 2030년 전력 수요를 30~600TWh로 전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18TWh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전력 수요 예측 곡선을 보면 반영이 안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단기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해 전력 수급 계획을 짤 것이 아니라, 미래의 폭증할 전력수요를 대비해 조금 더 여유 있는 전력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력수요의 과소 예측은 원자력과 LNG 등 발전원의 건설 계획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과대 예측했을 경우 발전소 건설에 따른 손실보다, 과소 예측에 따른 정전 등 손실이 훨씬 크다는 점에서 빠른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문제는 국내 전력원 비중이 2030년까지 원자력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재생에너지는 급격히 늘어나며 간헐성 문제와 기저 전원의 출력 제어 빈도 증가에 따른 비용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온 변화 외에도 다양한 발전 변수가 존재하는 재생에너지의 공급 안정성은 ESS로도 대응이 어려운 데다, 결국 LNG와 같은 기존 에너지와 병용이 필수여서 정부의 RE100 목표 달성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공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을 2023년 8.5%에서 2040년 20%로 늘릴 방침이다. 우리나라도 송전망 확충, 전기요금 체계 등의 구조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정수 에너지경제원구원 해외에너지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2030년까지는 신재생 에너지가 절반 정도 공급원을 이끌 것이고, 2035년 정도에는 SMR을 중심으로 한 원전 신기술들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AI를 이끄는 나라들은 미국·중국·유럽 중심일 텐데, 우리도 그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선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도 중요하지만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극복을 위한 계통망 확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