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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세 타결] 투자카드 쥐고 직접 날아가 협상지원… ‘총수 3인방’ 역할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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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기자 | 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7. 31. 17:57

파운드리 팹·車 공장·조선소 투자 등
상호관세 인하 이끈 '숨은 주역' 평가
K조선 진출 발판·반도체 최혜국 대우
산업계 "수출 불확실성 해소 환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부터)이 지난 28일부터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 대미 통상협상단에 합류해 민간 차원에서 네트워크 동원 등으로 측면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한화
이번 한국과 미국의 통상협상은 민관 협력의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현장에 직접 날아간 것은 상징적이다. 실질적 협상카드인 투자를 움직일 수 있는 인물들이 함께해 결국 상호관세 인하를 이끌어 냈다는 평이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재계에서 인맥을 총동원하는 등 긴밀한 정보 공유, 측면 지원 효과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협상단은 미국 조선업의 부활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마스가 프로젝트'가 이번 합의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무엇보다 그간 기업 경영의 악재로 작용했던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수출 기업들의 부담이 완화됐다는 면에서 관세 인하 소식을 반기고 있다. 

구체적으로 1500억 달러 규모로 조성될 한미 조선 협력 펀드는 지급보증 비율이 많아 기업들의 직접 투자 부담은 크지 않으면서 미국 진출의 현실적인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품목관세로 타격이 큰 철강·알루미늄 부문은 추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조선업 관련 펀드 조성 외의 2000억원 규모의 투자는 확실한 사업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점은 풀어야 할 과제다. 

31일 여한구 본부장은 한미 관세협상 관련 백브리핑에서 "재계 분들과 협상 과정에서 긴밀한 정보 공유나 측면 지원 차원에서 협의하면서 민관이 총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28일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워싱턴으로 향했고, 29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각각 출국했다. 현재 한화그룹은 현재 미국 현지에 필리조선소를 운영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텍사스 테일러시에 대규모 파운드리 팹을 새로 짓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HMGMA를 통해 현지 생산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제철소 건립 등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 이들 그룹 총수들이 직접 움직이면서 물밑 소통에 나선 것이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 조선(Shipbuliding)이 더해진 마스가는 1500억 달러의 별도 펀드 조성으로 협상 지렛대가 됐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존스법 등으로 폐쇄적이었던 미국 조선 시장에 한국 기업이 직접 진출할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화그룹은 이날 통상협상과 관련해 "마스가 프로젝트, 1500억 달러 조선협력 전용 펀드 기반 사업에 적극 참여해 대한민국 조선 산업 발전에 총력을 쏟을 것"이라며 "미국 필리조선소 확장, 신규 조선소 건설, MRO 확대 등을 통해 미국 조선업 재건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6단체 또한 "이번 합의는 수출환경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요국과 같거나 더 좋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기술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온 만큼, 향후 물량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특히 국내 기자재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업계는 '최혜국 대우' 약속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SNS를 통해 "(한국산 반도체는)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AI 산업 육성이라는 미국의 목표에 국내 업계가 협력할 가능성도 커진 만큼 나쁘지만은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구두 약속 외 명시적 약속이나 합의가 공개되지 않은 점은 완전히 안도할 수 없는 지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감소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8월 중순 발표가 예상되는 반도체 및 반도체 파생제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협회는 "이번 협상은 우리 기업들이 미국 기업과의 비즈니스 기회를 확대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반도체 업계는 이번 협상의 성과를 기반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국가 핵심산업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관세가 15%로 조정된 자동차 업계도 안도감을 내비쳤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자동차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없어진데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 "자동차 및 부품 품목관세가 빠른 시일 내 수출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현대차·기아는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철강 등 부품에 고율 관세가 유지됐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특히 철강에 대한 품목관세는 50%로 유지되면서 하반기에도 녹록치 않은 환경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철강업계는 " 향후 양국 철강관세 협상 관련 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선 기자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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