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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차라면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엔진오일 교체가 필요 없는 전기차는 엔진에 관한 한 신경을 쓸 일이 없다. 브레이크 패드나 타이어 교체주기도 꽤 늘었다. 소유주는 전기차 배터리에 고장이 없는 한 유지비 부담 없이 마음껏 전기차를 탈 수 있다. 배터리도 오랜 기간 보증해 준다. 그런 전기차 시장에 선두주자로 발을 들여놓은 테슬라는 주로 젊은 층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의 영업 방식이 다른 자동차메이커와는 상당히 달라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먼저 계약금 문제다. 테슬라는 구매 계약을 할 때 계약금으로 500만원을 내도록 한다.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500만원을 결제하고 차량 인도를 기다린다. 차량 가격 5000만원대의 모델Y가 그렇고 모델X는 더 받는다. 이런 계약금이 과다하다는 지적이 인터넷 공간에서 자주 등장한다. 물론 차를 인도받게 되면 차 값으로 사용되기는 해 소비자로서는 손해를 볼 게 없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국내외 완성차 업계 계약금과 비교할 때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제아무리 영업 방침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껏 해야 하지 않을까. 소비자가 원하면 계약금은 판매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의 경우 50만원을 계약금으로 받고 있다. BMW나 벤츠는 100만원, BYD는 30만원에서 50만원 등을 계약금으로 청구한다. 물론 초고가 차량은 수천만원을 계약금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델Y가 1만대 계약이 됐다고 한다면 계약금만 줄잡아 500억원이 넘는다. 차량 인도 기간을 6개월로 잡고 계약금을 금융상품에 넣었을 때 보수적으로 잡아 연 4%의 이자를 받는다고 치면 이자수입만 10억원이다. 차 1대를 팔 때 얻는 이익금을 1000만원이라고 잡는다면 100대를 판매해야 취할 수 있는 큰 금액이다. 이건 보수적인 관점이고 이자율이나 수익률이 좋은 상품에 넣었을 때는 사정이 다를 것이다.
어쨌든 테슬라는 국산 또는 외제차 판매업체에 비해 5배 넘는 금액을 계약금으로 받는 판매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실정법상 위반이 아니라고 해도 관계당국이 좀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일부 소비자들은 계약을 철회할 때 이자를 받아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BMW 관계자는 "차량 계약금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면서 "회사에 따라 계약금을 달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테슬라의 계약금이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으며 왜 그렇게 높게 책정했는지 알 수 없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계약금 이외에 업체와 소비자 간 소통 단절도 큰 문제로 손꼽힌다. 국산 및 외제차의 경우 딜러와 영업사원을 통해 수시로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테슬라는 SNS 소통이 전부다. 4월에 테슬라 모델Y를 계약한 30대 회사원은 차가 언제 나오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로 3개월 가까이 지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문의할 데도 없어 짜증이 날 정도라고 했다. 언젠가 모델Y에 장착되는 사계절타이어의 공급에 문제가 생겨 일반 타이어로 교체돼야 하는데 이 제의를 수용하겠느냐, 아니면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일방적 연락을 받고 매우 황당해 했다. 일반 타이어는 겨울철에 사용할 수 없어 겨울이 오기 전 사계절타이어로 교체해야 한다. 교체 비용은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차량 인수가 늦어질까 싶어 그냥 일반 타이어 장착 차량을 받아들이겠다고 답했다. 60대 모델Y 차량 계약자도 이런 내용의 연락을 받고 테슬라의 일방적인 영업방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영업 태도로는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발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의 불만이었다. 어떻게 보면 분명한 계약 위반이겠다.
다국적 기업이 현지에서 영업활동을 할 때 필수적인 것은 '현지화'다. 계약금 문제 뿐 아니라 신속한 소통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을 경우 영업사원이나 상담원을 배치해 적극 응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중국산 전기차가 봇물 터지듯 몰려들어올 날도 그리 머지않았다. 테슬라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사소한 계기에서 비롯된다. '아니면 말고' 식의 마케팅은 곤란하다. '소비자 친화적' 테슬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