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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알짜’ 애경산업 내놓은 애경그룹…성장 기반 흔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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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 김진아 기자

승인 : 2025. 07. 07. 18:42

재무악화에 알짜 계열사 매물로
확보 자금, 항공·화학에 투입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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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이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 매각을 본격화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항공·화학 부문에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황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내는 애경산업을 통해 수천억원대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유동성 위기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안정적인 수익원이던 애경산업을 내놓는 만큼 중장기 성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그룹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의 재무 건전성은 2025년 1분기에도 악화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AK홀딩스의 부채비율은 2024년 말 328.60%에서 2025년 1분기 359.3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유동부채는 2조6735억원에서 3조2165억원으로 5430억원 증가했고, 단기차입금도 같은 기간 1조2486억원에서 1조4554억원으로 늘었다.

제주항공은 부채비율이 2024년 말 516.63%에서 올해 1분기 614.75%로 급등했다. 유동부채도 같은 기간 1조1220억원에서 1조2123억원으로 늘었다. 애경케미칼 역시 부채비율이 83.08%에서 98.63%로 상승했고, 단기차입금은 2434억원에서 3097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660억원 증가했다.

특히 2025년 1분기 말 기준으로 보면 이들 계열사는 보유한 현금성 자산에 비해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가 월등히 많아 '만기 불일치' 상태에 놓여 있다. AK홀딩스의 경우 유동부채가 현금성 자산(4081억원)을 2조8000억원 넘게 초과했고, 단기차입금도 보유한 현금성 자산 대비 1조원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은 현금성 자산이 2301억원에 불과한 반면, 유동부채는 이를 9800억원가량 초과한다. 애경케미칼도 현금성 자산(666억원)에 비해 유동부채가 약 8배에 달하면서 재무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 같은 유동성 압박은 코로나19 이후 항공·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과 AK홀딩스의 계열사 지원이 겹치며 심화됐다. AK홀딩스는 보유 중인 애경산업·애경케미칼·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약 3200억원을 조달했고, 지난 1월에는 자회사 AK플라자에 1000억원을 직접 대여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애경산업 매각 배경은 다각적이고 복합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며, 특정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그룹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결정된 복합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 대금이 유동성 위기가 심화된 계열사에 우선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이 가장 유력한 수혜처로 지목된다. 제주항공은 2024년 한 해 602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2025년 1분기엔 35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무안공항 사고 등 잇단 안전사고와 수익성 저하로 인해 항공 사업 전반에 대한 자본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애경산업은 2025년 1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32.35%에 불과해 그룹 내에서 유일하게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계열사로 평가받고 있다. 유동부채는 1220억원, 단기차입금은 40억원 수준이며 현금성 자산은 734억원에 달한다. 1분기에도 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애경그룹은 현재 매각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아가고 있다.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앵커에쿼티파트너스, 티투프라이빗에쿼티(PE), 폴캐피탈코리아, 유진PE, 일본 라이온코퍼레이션 컨소시엄 등 예비입찰 참여자 4~5곳에 결과를 통보한 상태다. 본입찰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 진행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이번 애경산업 매각으로 4000억~5000억원대 자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애경산업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71억원 수준으로,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 비율(EV/EBITDA) 배수를 8~12배 적용할 경우 기업가치는 최대 5000억원 중반대까지 추산된다. 다만 AK홀딩스 관계자는 "인수가치 추정과 관련해서 아직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긴 어렵다"며 "시장과 원매자 측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매각이 단기적인 재무 구조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룹의 중장기 성장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매각으로 급한 불은 껐을지 몰라도, 앞으로 어떤 성장 동력을 내세울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그룹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며 "캐시카우를 내려놓은 만큼, 그 공백을 메울 새로운 핵심 사업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김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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