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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일본에서 전 성인비디오(AV) 배우 아스카 키라라와 사적으로 만난 사실이 논란이 되며 그룹 더 보이즈의 주학년이 최근 팀에서 탈퇴했다. 소속사와 전속계약도 해지했다. '사태'가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더보이즈는 활동과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K-팝은 이제 '국내 문화 콘텐츠' 이상이 됐다. 글로벌 팬덤은 물론 해외 자본과의 브랜드 협업, 플랫폼 유통이 복합적으로 얽힌 거대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중심에 아이돌이 있다. 이들의 언행과 태도, 나아가 사생활까지 더는 개인의 영역이 아닌 셈이다. 산업 전체의 신뢰와 직결되는 핵심 변수다.
아이돌의 이미지는 무대 위 퍼포먼스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팬들은 이제 아이돌의 음악만을 소비하지 않는다. 이들의 일상 속 가치관과 태도까지 함께 주시한다. 아이돌이 그 자체로 거대한 브랜드가 된 지금, 이들의 사생활은 인기 콘텐츠이자 동시에 리스크가 됐다. 리스크가 현실화되는 순간 충격은 소속사를 넘어 광고주, 파트너 기업, 그리고 팬덤 전체로 번지게된다.
'주학년 사태'로 K-팝 아이돌 시스템의 구조적 약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소속사는 수년간의 훈련을 거쳐 데뷔하는 아이돌의 이미지와 실력은 철저히 관리한다. 그러나 이들의 인격 형성과 사생활 관리 체계까지 제대로 갖췄다고 말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 과거에는 사생활 논란은 국내 여론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글로벌 팬들은 아이돌을 단순한 연예인이 아닌 윤리적 롤모델로 인식하고 있다. 퍼포먼스뿐 아니라 인격·메시지·세계관까지 포함해 소비되며 아이돌을 평가하는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고 이에 대한 반응도 더욱 빨라졌다.
문제는 사생활 자체보다 그것이 드러났을 때의 대응 방식이다. 아티스트의 태도와 소속사의 처리 방식에 따라 팬심과 시장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주학년 사태' 역시 소속사의 깊이 있는 성찰 대신 '해명'과 '계약해지'로 급하게 마무리되되며 오히려 논란과 의구심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대응 체계가 정교하지도, 진실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다.
글로벌 팬덤을 가진 아이돌 중심의 마케팅을 멈추기는 어렵다. '좋은 콘텐츠'만으로는 팬덤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다. 지금의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소속사의 진정성, 그리고 책임감 있는 태도다.
이제 소속사와 관련 산업 전반이 아이돌을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육성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연습생 단계부터 온라인 윤리, 사생활 관리, 대외 소통 원칙을 교육해야 한다. 데뷔 이후에도 정서적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 동시에 리스크 대응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K-팝의 위상, 나아가 K-컬처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힘은 아이돌의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이런 태도와 진정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