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개 종목 시총만 105조 이상 ↑
정치 불확실성 해소·정책 기대감 반영
전문가 "펀더멘털 뒷받침 없인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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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은 2516조519억원으로, 이 대통령 취임 직전인 6월 2일(2211조6614억원) 대비 약 304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상위 10개 종목의 시총만 해도 855조3958억원에서 960조6297억원으로 105조2339억원 늘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은 삼성전자(357조원), SK하이닉스(213조원), 삼성바이오로직스(71조원), LG에너지솔루션(69조원), 현대차(43조원), KB금융(42조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42조원), 두산에너빌리티(41조원), 네이버(41조원), 삼성전자우(41조원) 등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고,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며 회복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중심 전략으로 주목받았다.
이는 새 정부 출범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자본시장 개혁 기대감이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상법 개정, 주주권 강화, 한국형 증권거래위원회(SEC) 도입, 자사주 소각 확대 등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을 예고하며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상승장의 주요 주체로 떠올랐다. 6월 2일부터 26일까지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은 701조5772억원에서 822조111억원으로 약 120조원 증가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31.72%에서 32.62%로 0.9%포인트 상승했고, 보유 주식 수도 1억2000만주 가까이 늘었다. 전체 시총 증가분(약 304조원)의 약 40%를 외국인이 차지한 셈이다.
역대 정부 취임 초기 22일간 지수 흐름과 비교해도 이번 상승폭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2017년)에는 코스피 지수가 2292.76에서 2344.61로 2.26% 상승했고, 윤석열 정부(2022년) 때는 2644.51에서 2658.99로 0.55% 상승에 그쳤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코스피가 2698.97에서 3076.81로 14% 넘게 급등하며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세가 기업 실적이나 실물 경기 회복보다는 정치적 기대감에 기반한 투자심리의 단기 급등으로, 거품 형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시가총액 확대는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영향이 크다"며 "아직은 지난해 손실 회복 흐름으로 볼 수 있지만, 정책 기대에 의한 자산효과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투기 심리를 자극해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에 대한 경계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도 "주식시장 제도 개선 기대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나머지 시가총액 증가분은 사실상 거품일 수 있다"며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급등은 결국 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가 단기 지수 상승에만 주력할 경우, 그 부담은 결국 투자자 몫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