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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 신한 ‘독주’ 속 우리·KB 성장세 뚜렷… 하나, 환율탓 순익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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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5. 20. 17:58

시중銀, 올해 첫 글로벌 성적표
신한, 베트남·日서 1000억대 순익
우리, 당기순익 전년비 58% 급증
KB, 법인 5곳 순익 286억 실적 개선
하나, 러시아법인 1분기 적자전환
올해 1분기 해외시장에서 신한은행의 독주가 이어진 가운데,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우리은행은 캄보디아 법인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4대 은행 중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고, KB국민은행은 2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하나은행은 러시아 화폐 가치 급등 영향으로 유일하게 순익이 감소했다.

금리인하기 돌입과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강화로 이자이익 확대가 제한되자 주요 은행은 해외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수록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 관세분쟁으로 각국 금융시장의 상황이 급변하자, 이들 은행은 1분기 선방했던 동남아, 중국 등 신흥시장에 대해서 보다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한은행 해외 법인 10곳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14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1분기 당기순이익(1401억원)보다 6.4% 성장한 수준이다. 양대 축인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일본법인)에서만 1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두며 실적을 견인했고, 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멕시코 등 신흥시장에서도 우량 대출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가며 호실적을 냈다.

특히 카자흐스탄 법인 성장이 두드러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카자흐스탄이 대체 시장으로 부상하자, 늘어난 금융 수요를 흡수하면서 2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신한은행은 장기적으로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공략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진옥동 회장은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주요 국가를 찾아 현지 사업을 점검하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장 지배력이 있는 국가에서는 이익잉여금을 활용하고, 아시아 신흥국에 대해서는 리테일 금융 확대와 지분 투자 전략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해외 순익이 크게 늘었다. 해외 법인 11곳에서 6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58% 급증했다. 지난해 약 70억원의 손실을 냈던 캄보디아 법인이 올해 164억원 흑자를 기록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10월 대러시아 제재 여파로 동결됐던 예치금을 회수하면서 충당금 환입이 이뤄진 러시아 법인에서도 순익이 127% 급증했다. 올해는 모바일뱅킹 재구축 사업을 추진해 해외 디지털 금융 채널을 강화하고, 불확실성이 큰 국가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길었던 부진의 터널을 벗어난 모습이다. 해외 법인 5곳에서 286억원의 순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캄보디아 법인은 저원가성 예금 확대에 힘입어 564억원의 흑자를 거뒀고, 중국과 미얀마 법인도 현지 경기가 회복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다만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은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35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현지 회계 기준으로는 흑자를 내며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보수적인 국내 회계 기준에서는 충당금 환입 등이 반영되지 않아 적자가 지속됐다. KB국민은행은 올해를 부코핀은행의 정상화 원년으로 삼고, 추가 점포 설립 등 현지 영업력 확대를 통해 연간 흑자 달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환율 변동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순익이 줄었다. 올해 1분기 해외 법인 11곳의 당기순익은 127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약 70% 줄었다. 러시아 법인에서 발생한 260억원 규모의 적자가 원인이었다. 그간 러시아 법인은 전쟁 여파 속에서도 꾸준히 수익을 내왔다. 하지만 올해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자산 평가액 손실이 커진 것이 악재가 됐다. 관계기업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과 중국 길림은행에서의 지분법 순익도 충당금 여파로 감소했다. 앞서 하나금융그룹은 올해까지 전체 순익에서 글로벌 부문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글로벌 2540'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핵심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해외 실적은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지 법인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폴란드와 인도 등 신흥국에서의 현지 영업을 확대해 순익 증대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상호관세 지정 여파에 따라 은행들의 해외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봤다. 성장세가 큰 신흥 시장으로의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상호관세 등의 여파로 시장이 선방한 국가와 부진한 국가로 나뉘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략을 재편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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