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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남발되는 사탕발림 공약, 철저하게 걸러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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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4. 21. 00:01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20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영남권 합동연설회'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경선 후보들이 재정적 뒷받침이나 경제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생각하지 않고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가 대표적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0조원,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는 무려 200조원 투자를 공약했다. AI가 트렌드이지만 기업과 정부 부채를 합한 국가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5배인 6200조원을 넘는데 100조원, 200조원 투자를 무슨 돈으로 감당할 것인가.

또 민주당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근무도 내세웠는데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독이 된다. 일주일에 3일을 쉬면 언제 돈을 벌어 근로자에게 종전만큼 줄 것인가. 쉬는 날이 많아져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임금 부담은 그대로일 것이다. 공기업이나 공무원들이야 4일 근무를 환영하겠지만 중소기업,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는 망한다고 아우성이다. 외국인을 주로 쓰는 농림업, 축산업, 어업 등은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4.5일제를 주장하는데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모병제 공약도 나왔는데 현실성이 의심된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징병제와 모병제를 결합한 선택적 모병제를, 같은 당 김동연 후보도 모병제를 들고나왔다. 국민의힘에선 홍준표 후보와 유정복 후보가 모병제를 공약했다. 모병제는 군인을 강제 징집하지 않고 희망자를 모집하는 것인데 말은 좋다. 하지만 모병제는 높은 월급을 전제로 한다. 지금도 병장 월급이 200만원인데 모병제는 수백만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 이 돈이 어디서 나오나.

대통령실 이전도 불거졌다. 이재명 후보는 18일 MBC에서 "용산은 보안 문제가 있고, 세종은 준비가 안 됐다. 결국 청와대를 보수해 그쪽으로 다시 들어가는 게 낫다"고 밝혔다. 이에 충청권에서 세종시에 대한 사형선고라는 반발이 일었고 이재명 후보는 19일 충북 청주에서 "헌법 개정 등 난관도 있겠지만 사회적 합의를 거쳐 대통령실과 국회의 완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충청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이전은 수도 이전인데 사실상 서울을 버리는 것이란 말도 나온다.

AI 분야 200조원 투입, 모병제 추진, 주 4일 근무 등의 공약에 대한 검증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 능력과 기업의 투자 여력이 받쳐주지 못하면 공약은 공염불이 된다. 만약 국채를 발행해서 공약을 강행하면 인플레이션이 초래돼 국민이 고통을 당한다. 그런 만큼 공약은 반드시 재원조달 방안을 밝혀야 하고 전문가들이 실현 가능성과 경제·사회적 파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남미 국가들이 사탕발림 공약으로 망했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권은 실현 가능한 정책으로 경쟁하고 유권자도 포퓰리즘에 넘어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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