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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대목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이미 알려진 유력 후보들 외에 적지 않은 수의 국민의힘 소속 광역 지방자치단체장도 차기 대권을 노리고 적절한 출마 선언 시기만 재고 있다는 점이다.
첫 스타트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먼저 끊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조기대선 출마를 시사해온 홍 시장은 헌재 탄핵 판결 사흘 만인 7일 오전 열린 간부회의에서 대구시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그는 오는 11일 퇴임식을 가진 후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별도의 대선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홍 시장과 같은 TK권 광역지자체장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9일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사가 지난달 서울 모처에서 저출산 이슈로 토크콘서트를 갖는 등의 정책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미 지역정가에서는 그가 큰 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했다는 후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공식적인 언급만 자제했을 뿐 지난달부터 사실상의 대선 행보를 해왔다는 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그가 최근 자신의 국가비전을 담은 '다시 성장이다'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한 것은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김태흠 충남도지사 등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정은 가장 유력한 경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에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이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측되는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외에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도 이미 출마 결심을 굳혔거나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들 지자체장들의 대선 출마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의 시각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큰 뜻을 품은 광역 단체장은 선거일 기준 30일 전에 사퇴해야 하지만, 당 내부 경선 과정에서는 현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당내 경선에 집중하겠다는 이유로 현역 단체장 신분을 버리고 출사표를 던질 경우 시정·도정 공백 초래는 불가피하다.
시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구체적인 사퇴 날짜까지 언급한 대구시의 경우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1년 3개월여 동안 행정부시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물론 대구시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홍 시장 사퇴를 포함한) 모든 경우를 상정해 준비해왔기 때문에 시정은 흔들림 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선출직 시장이 아닌 권한대행에게 책임있는 시정 운영을 기대하기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전남도가 최근 김영록 지사 출마 여부와 관련해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맞지만 (공식) 출마 선언은 아니다"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자체장이 대선가도를 위한 정거장에 불과한 자리냐"라는 한 지역정가 관계자의 푸념을 그저 웃어 넘길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