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친중 성향은 정치적 목소리 피력
결국 추방 조치, 필요악 돼 대만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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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만은 금세기에 진입한 이후부터 이 어려움을 비교적 순조롭게 극복하고 있다. 대륙으로부터 신부를 대거 수입(?)하는 것이 가능해진 탓이 아닐까 싶다. 2024년 말을 기준으로 대만 내에 대륙 출신 부인을 의미하는 루페이(陸配)가 무려 40만 명 전후에 이른다면 굳이 구구한 설명은 필요 없다.
이 정도 되면 루페이는 상당수 노총각을 포함한 대만의 남성들에게는 그야말로 구세주와 다를 바 없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까지는 몰라도 대만 사회를 튼튼하게 지탱해주는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봐도 괜찮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을 바라보는 대만 사회의 시각이 엄청나게 긍정적이었던 것은 분명 괜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묘하게 변하고 있다. 양안(兩岸·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영향력이 막강한 상당수 루페이 왕훙(網紅·인플루언서)들이 이른바 우퉁(武統), 즉 무력통일을 주창하면서 친정인 대륙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이들 중 일부는 대만의 민감한 군사 정보까지 대륙에 흘리는 것으로도 의심을 받고 있다. 대만 정보 기관에서 이들이 광의의 중국 간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은 이로 보면 완전 기우는 아니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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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뿔이 잔뜩 난 대만 당국은 보름 전 예명이 야야(亞亞)인 류를 비롯한 3명의 왕훙에 대한 대륙 추방 결정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류의 경우는 25일 남편과 겨우 세살에 불과한 딸과 눈물의 이별도 해야 했다. 현재로서는 언제 다시 돌아와 가족과 재회의 기쁨을 나눌지 기약도 없다.
대만은 향후 상당 기간 동안 남초 사회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여전히 루페이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최소한 매년 1만여 명이 대만으로 시집을 오도록 만들어야 사회적 혼란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류처럼 우퉁을 주창하는 이들이 속출하면 정말 곤란해진다. 루페이가 필요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만이 지난 수십년 동안 긍정적으로 보이기만 했던 루페이 문제로 인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