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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를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강원도 촌놈인 저는 어려서부터 운동을 많이 하고 좋아했다. 육상하고 농구도 했는데 아버지 후배가 초등학교 축구부 감독이셔서 저를 스카우트했다. 태백 황지 중앙초등학교다."
- 초중고 때 성적이 좋았다.
"황지중을 거쳐 울산 현대 유스인 현대고로 진학했다. 대학은 고대로 갔다."
- 대학 시절 가장 기억나는 경기는.
"제가 3학년 때인 2016년 정기전이다. 먼저 한 골 먹고 3-1로 역전승했다.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럭비 등 2승 2패인 상황에서 저희가 마지막 경기를 이겨서 종합 우승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 고대 4학년 올라갈 때까지 프로 지명을 못 받았다. 그때 느낌은 어땠나.
"그때는 진짜 힘들었다. 앞길이 막막했다."
- 2017년 7월 J리그 2 나고야 그람퍼스로 갔다.
"울산 현대의 우선 지명권을 풀어야 다른 팀을 갈 수 있던 상황이다. 우선 지명권 풀고 바로 나고야에 입단했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갔다. 그래서 가을 정기전엔 출전하지 못했다."
- 나고야에서의 성적은.
"남은 12경기를 다 뛰었다. 골도 1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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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팀에서도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
- 그때 팀 분위기는 어땠나.
"제가 처음에 가서 5연승을 했다. 그때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이후에 약간 주춤했던 상황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다 극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원두재 소속팀이던 아니스타 후쿠오카와 0-0으로 비겨서 저희가 올라갔다."
- 비겼는데 승격했나.
"1, 2위는 바로 올라가고, 3위와 6위, 4위와 5위가 준결 플레이오프, 결승 플레이오프를 했다. 6위팀 제프 유나이티드를 4-2로 이기고 결승에서 비겼는데 저희 순위가 높았기에(3위) 승격한 거다."
- 플레이오프는 다른 경기에 비해서 중압감이 많이 큰가.
"크다. 승격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걸렸으니까. 하지만 저는 그런 중압감보다도 어떻게든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매우 컸다. 그래서 그런 중압감은 별로 느끼지 못했다."
- 오히려 경기를 즐겼나.
"저는 그 경기 교체로 들어갔었는데 제가 잘 막으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승강전 두 경기가 다 재미있었다."
- 승격한 순간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짜릿했다. 이제 J1에서 뛰겠구나 생각했는데 기회가 없었다."
- J2 오이타 트리니타로 임대 이적했다.
"승강전 끝나고 귀국해서 2018년 아시안게임 대비 훈련했다. 그때 발목을 크게 다쳐서 5개월 재활판정을 받았다. 나고야에서는 저를 바로 쓸 수 없으니까 오이타로 임대를 보냈다."
- 2018년 목포시청에 입단했다.
"오이타에서 열심히 재활했는데 몸이 잘 안 올라왔다. 당연히 출전 기회도 적었다.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계약 해지 요청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 그럼 연봉은 상당히 손해를 본 건가.
"그렇다. 하지만 나이가 어려서 장기적으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선수 생활의 이익이라고 판단했다."
- 목포시장에서는 얼마나 뛰었나.
"2018년 후반기에 입단해 후반기 남은 경기를 다 뛰었다. 그리고 겨울 이적 시장 때 신인 연봉 계약으로 성남에 입단했다."
- 성남에서 오퍼가 왔나.
"성남과 수원 삼성에서 오퍼가 왔는데 성남 쪽 조건이 더 좋았다. 성남에서는 2년 동안 뛰고 2021년 FC안양으로 이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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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렉트 승격했다."
- 언제쯤 승격할 수 있다는 느낌이 왔나.
"부산이 내내 리그 선두였다. 마지막 경기 청주 전에서 비기만 했어도 부산이 다이렉트로 올라가는 거였는데 추가시간 막판에 청주에게 극장골을 먹었다. 그래서 우리가 올라갔다."
- 조르지 선수의 기가 막힌 오버헤드킥 골이 나왔다.
"경기 마치고 플레이오프 준비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갑자기 결과가 뒤집혔다. 축구는 정말 마지막까지 알 수 없다."
- 직접 승격했다는 걸 언제 알았나.
"K리그 2 최종전 모든 경기가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킥오프했다. 저희 경기가 먼저 끝나서 팬들한테 인사하고 있는데 관중석에서 갑자기 와~! 하는 함성이 들렸다. 전광판에 조르지 선수 골 넣는 장면을 띄워줘서 그걸 보고 다들 춤추고 소리 지르고 난리가 났다. 바로 우승 세레머니를 시작했다."
- 전광판에 조르지 선수 골 장면이 나왔을 때 기분은.
"승격했구나! 저희가 시즌 후반쯤에도 '무조건 승격하겠구나' 생각했는데 몇 경기 주춤하면서 부산이 우리를 앞질렀다. 그래서 바로 승격은 어렵겠다고 생각하다 승격하니 너무 기뻤다."
- 제일 처음에 무슨 생각이 났나.
"제가 시즌 내내 후배 선수들에게 큰소리 탕탕 쳤다. 괜찮다, 형 있으면 승격한다. 형이 승격 청부사다. 맨날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 딱 우승하고 나니까 진짜 이런 복이 있나 그런 생각도 들었다."
- 그런데 김천에서는 K1 경기를 못 뛰고 다시 2부리그 FC 안양으로 왔다.
"제대하고 원소속팀으로 돌아온 거다."
- 승격 청부사답게 이번 시즌 안양도 승격했다.
"부천과 0대0으로 비기고 한 경기 남은 상태에서 승격 확정했다."
- 승격 확정이 걸린 경기 직전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나.
"수비수는 늘 골 먹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각오로 출전한다. 골 먹지 말자, 골만 안 먹으면 우리 공격수들이 하나 해줄 수 있으니까 골만 먹지 말자는 생각을 항상 한다."
- 이기고 올라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지지 않고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점이 중요하다."
- 시즌 후반기에 무득점으로 3연패하고 다섯 경기 무승 등 잠깐 흔들렸다. 그때 팀 분위기는.
"별로 안 좋았다. 그래도 고참 형들이 '팀 분위기 죽이지 말고 끌어올려서 가자'라고 많이 다독여줬다. 그래서 밑에 선수들이 따라갈 수 있었다."
- 오는 8일 전북 대 서울E의 승강전 2차전이 있다. 승격 청부사로서 동료 선수들에게 조언한다면.
"진짜 이 경기가 마지막 경기다, 라고 생각하고 머리가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한 경기에 따라서 팀과 선수들의 위치가 바뀌는 거니까."
- 안양 팬, 구단주인 최대호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희 FC 안양 팬들은 진짜로 1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응원을 열심히 해 주신다. 1부 수준의 응원단에 1부 수준의 경기력으로 꼭 보답하겠다. 저희 구단주인 최대호 시장님께서는 저희를 정말 잘 지원해 주신다. 선수들 모두 시장님의 진심과 진정에 감사하고 감동한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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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격하고 시청까지 퍼레이드 했을 때다. 팬들, 시장님, 저희 선수들이 다짐했다. 과거 안양 LG였던 지금의 FC 서울과의 안양 홈 경기는 어떤 경우든 꼭 이기자고. 그 약속을 꼭 지키겠다."
-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이 있다면.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조금 더 오래 하고 싶다. 그리고 저도 나이가 조금 차다 보니까 경기를 좀 더 많이 뛸 수 있으면 좋겠다."
▲ 임승겸은 강원도 태백 출생으로, 황지 중앙초, 황지중, 울산 현대고, 고려대에서 뛰었다. 프로 선수로는 나고야 그램퍼스 (2017~2018), 오이타 트리니타 (2018/ 임대), 목포시청 축구단 (2018), 성남 FC (2019~2020), FC 안양 (2021 ), 김천 상무 FC (2022~2023 / 군 복무)에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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