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칼럼]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전기자동차를 위한 고찰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biz.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24010012831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4. 09. 25. 18:14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속가능미래기술연구본부장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속가능미래기술연구본부장
정경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속가능미래기술연구본부장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인해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기차 한 대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인근 차량들이 피해를 보고, 많은 주민들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였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전기차 보급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오히려 전기차를 더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한 제도적, 기술적 개발 등의 노력이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올여름을 여느 다른 해보다 유난히 덥다고 느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기후변화가 직접 체감될 정도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IPCC(세계기상기구)에서는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으며, 이는 인류의 존속과 생태계 보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온실가스 배출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이 중 수송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로 매우 크다. 즉, 수송 분야에서도 탄소 중립을 이루어야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으며,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친환경 자동차로 대체하는 것이다. 전기차는 현재로서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안이며, 전기차 보급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필연적인 선택이다.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감을 잠시 내려놓고, 더 공격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안전한 전기차를 개발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때이다.

현재 전기차에는 리튬이온전지가 사용되고 있다. 리튬이온전지는 가연성 유기용매를 포함하고 있어 화재의 위험이 존재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난연성 전해질의 개발, 첨가제를 통한 안전성 확보, 그리고 소재 및 설계 차원의 개선을 통해 전기차의 안전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통계적으로도 전기차의 화재 발생 비율이 내연기관차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양상은 전기자동차가 더 격렬한 것으로 나타난다. 화재 발생 비율은 더 낮더라도 한 번 발생하면 큰 피해를 초래하므로 일말의 화재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궁극의 안전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재 걱정 없는 궁극의 안전한 전지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전지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집중적인 연구·개발과 주목을 받고 있는 안전한 전지는 전고체전지이며, 전기차의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리튬이온전지에서의 액체 전해질은 화재 발생 시 연료 역할을 하는데, 전고체전지는 이 액체 전해질을 불연성의 고체전해질로 대체함으로써 화재의 위험성을 궁극적으로 없애는 것이다. 즉, 작동 중에 가위로 자르더라도 큰 문제 없이 작동하며, 열화 등 외부 충격에도 강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넓은 온도 영역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액체가 없으므로 영하의 저온에서도 얼어붙지 않고, 고체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고온에서도 휘발하여 가스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적다. 이와 더불어 전고체전지는 '액체 전해질'의 한계를 넘어 전지 설계의 자유도를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다만 전고체전지가 상용화된 이후에도 초기 버전의 기술적 한계는 남아 있을 것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다. 지금의 리튬이온전지가 1991년 상용화된 이후에도 초기에는 소형전자기기에만 사용이 되었고 이것이 자동차에 탑재되기까지는 25~30여년의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은 현재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막대한 인프라와 자본을 바탕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는 효율적인 투자와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성과들을 만들어 왔으며, 배터리 산업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2010년대에 전기차 연구가 1회 충전 시 주행거리의 증대를 위한 에너지밀도 향상에 집중했었다면, 2020년대 초반부터는 여기에 더해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에 집중해왔다.

이제는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해 국민이 진정으로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각적인 전략 수립과 충분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산·학·연이 모두 같이 힘을 합쳐 연구·개발을 한다면, 우리나라가 진정한 배터리 1등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