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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의 현장정치] 사라진 ‘관봉권 특활비’와 文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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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9. 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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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객원논설위원
검찰총장 교체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가 확대된 걸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온다. 정가와 법조계에선 이원석 총장이 전임 대통령 직접 수사에 상당한 부담을 느껴 길목을 막아 오다가 퇴임(15일)을 앞두고 물꼬가 터졌다는 시각이 많다.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이 '레임덕'에 걸려 통제가 안 되는 통에 각 검찰청 차원에서 동시다발적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도 부정적이었다는 말이 나돈다. 자신을 검찰총장에 발탁한 문 전 대통령과의 의리, 그리고 전직 대통령의 불행한 역사 되풀이를 차단하려는 의지가 맞물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수사가 확대된 건 오래 이어진 전임 대통령과 현 야당 대표(이재명)의 사법 위기가 국정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검찰의 '법대로 수사'에 맡겼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문재인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책임이 어느 쪽에 있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분명 여러 갈래의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문 전 대통령 턱밑에서 멈춘 게 한둘이 아니다. 이런 상황의 반복은 현 정권이 죄 없는 전직 대통령을 괴롭힌다는 진보 지지층의 극심한 반발에 빌미를 제공했다. 나아가 수사와 재판이 계속 늘어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위기와 겹치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어렵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이 '정의'와 '공정'을 기치로 확고한 법치국가를 완성할 걸로 기대했던 보수층 일부도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이젠 정당한 검찰권 행사로 보수층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공정한 수사로 전직 대통령과 현직 야당 대표의 민낯을 밝혀내서 진보층의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미진했던 책임이 이원석 총장에게 있었다면 심우정 검찰총장 체제가 새로 출범하니 속도를 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부담을 느꼈던 탓이라면 임기 반환점(11월)을 도는 시점에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떨쳐내야 한다.
특히 문 전 대통령 수사는 '신적폐 청산'을 넘어 향후 국정을 담당할 정치세력에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전방위적으로 강도 높게 전개할 필요가 있다. 문 전 대통령 본인과 배우자 김정숙씨, 딸 문다혜씨를 둘러싼 범법 혐의가 다양한데, 그중 특활비 유용 가능성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이 문제는 현재 수사가 본(本)궤도에 오른 옛 사위 특혜 채용(뇌물 혐의) 의혹과도 물려 있다. 둘 다 청와대 권력을 이용해 사익을 취했을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으나 문 전 대통령 부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안이다.

특활비의 경우 김정숙씨의 옷과 구두를 사는 데 유용됐다는 의혹이 2022년에 이미 구체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107호인 김해자 누비 한복 장인은 아예 실명으로 경험담을 언론에 전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김정숙씨가 수행원들과 공방에 두 차례 찾아와서 모두 1000만원어치 옷을 전액 5만원권 현찰로 사 갔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의 JS슈즈 디자인연구소 전태수 대표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문 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두 번에 걸쳐 수제화 15켤레를 팔았는데, 모두 보좌진이 봉투에 현찰을 넣어 값을 치렀다고 했다. 일부 언론은 결제한 현금이 '한국은행 관봉권' 형태였다며 업체로부터 제보받은 '돈다발' 사진을 싣기도 했다.

그때 청와대는 옷값을 모두 개인 돈으로 줬다는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1000만원대 물건을 사면서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그것도 수행원이 돈 봉투를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계산한 건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조폐공사에서 막 찍어내 한국은행 띠지가 붙은 '관봉권'은 개인이 소지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특활비란 정보 및 사건 수사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중반인 2020년 기준 전체 특활비 예산은 9563억원이었다.

국정원이 '안보비' 명목으로 가장 많은 7056억원을 썼다. 국방부 1194억원, 경찰청 745억원, 법무부 193억원 순이었고 대통령 비서실-국가안보실은 97억원으로 5번째로 많다. 대통령 경호처엔 별도로 79억원이 책정됐다. 국민 세금으로 청와대에 배정된 특활비를 다른 용도로 사사로이 사용했다면, 더구나 국정 수행 활동을 안 하는 청와대 내부 사람이 펑펑 썼다면 명백한 국정 농단이다.

최근 문 전 대통령 퇴임 직후 문다혜씨에게로 흘러간 의문의 뭉칫돈들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고 있다. 부친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에서 2억5000만원을 송금받았는데, 친문 의원들의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김정숙씨가 보자기에 싼 5000만원을 비서에게 들려 보내서 친구를 통해 문다혜씨에게 무통장 송금했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특히 청와대에서 평산마을로 이사한 직후에 현금 5000만원이 왜 집에 있었는지 정말 궁금하다.

5000만원이 전부였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현역 시절 청와대 참모들을 대동하고 다니면서 썼다는 특활비 중 남은 돈일 수도 있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사위 특혜 채용과 연관된 사건에서도 김정숙씨 옷을 살 때 현금 지급을 했던 참모들이 문다혜씨에게 송금한 흔적이 나왔다. 5년 동안 나라를 운영했던 전직 대통령이라면 친문 의원들을 방패막이로 내세우지 말고 쏟아진 의혹들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해야 한다. 충실하게 수사도 받아야 하고 윤 대통령이나 검찰은 '정무적 판단'을 배제해야 한다.

송국건 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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