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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지털, 보험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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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4. 08. 23. 07:25

손재희
손재희 보험연구원 소비자디지털연구실장
우리의 소비생활에서 코로나19가 가져다준 가장 큰 변화를 이야기할 때 비대면·모바일 소비의 일상화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소비행태의 변화를 반영하여 보험산업도 다양한 디지털 신기술을 보험가치사슬 전반에 적용하였다. 실제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진행한 보험산업 디지털전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많은 보험회사들이 이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나 로봇 자동화 프로세스(RPA)를 적용하여 내부 효율화를 달성하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런데 소비자들도 보험소비의 디지털화를 체감하고 있을까? 필요한 상품 구매 시 휴대폰으로 가격과 상품을 비교하거나 탐색 후 바로 결재해 구매하는 행위가 유독 보험을 구매할 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동차보험과 여행자보험 등 일부 보험은 갱신 및 구매가 모바일에서 가능하지만 가격비교는 여전히 불편하다. 종신보험이나 건강보험을 모바일에서 직접 구매할 때는 원하는 보험상품을 찾기도 어렵지만 좀처럼 내키지도 않는다. 택시 탑승 후 결제단말기에 카드를 접촉하지 않아도 결제가 이루어지고, 생성형 AI가 탑재된 투자자문를 활용하고 있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설계사를 옆에 두고 가입해야 하는 보험소비가 불편하기 짝이 없다.

사실 기존의 보험판매 방식이 아닌 디지털 기반 보험상품의 판매를 기조로 하는 디지털 보험회사가 존재한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보험상품 개발, 플랫폼을 통한 마케팅과 판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가격산정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들이 제공하는 보험과 기존 보험의 차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디지털 보험회사도 기존과 차별화된 확실한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채 아직까지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과연 보험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물론 디지털 기술 적용만으로 보험소비가 편리해지지 않는 것과 보험에 디지털 기술 적용이 어려운 이유를 국내 보험산업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사실 억울한 측면이 있다. 타 금융상품에 비해 보험상품은 당장 발생하지 않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미래에 대한 장기 투자이며, 상대적으로 상품구조가 복잡해 소비자들이 바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업의 특성만으로 돌릴 것인가? 업의 특성이라는 성에 갇혀만 있다면 디지털 시대를 사는 소비자의 머리 속에 보험은 점점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디지털이 보험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보험산업이 디지털 신기술의 활용을 통한 개별 업무의 효율성 제고를 넘어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보험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디지털에 기반한 새로운 사업모델의 개발 즉, 사업모형의 전환과 기존 보험서비스를 넘는 사업모델의 확장이 필요하다. 디지털에 기반한 사업모델의 개발과 사업모형 전환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보험업계의 끊임없는 시도와 고민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이를 유인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최근 발표된 망분리 규제의 단계적 완화는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조치라 생각된다.

어릴 적 '미래의 교통수단'이라는 주제의 삽화가 기억이 난다. 당시엔 절대 불가능해 보였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이미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아직은 불편하고 어려운 보험, 멀지않은 미래에 디지털을 통해 보험이 변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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