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2일에도 총회를 열어 당 지도체제와 국민 여론 반영 비율 등을 논의했는데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총선에서 패한 지 두달이 지났으면 당내 문제는 벌써 매듭짓고 민주당 폭주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이런 모습이 없다. 아직도 총선 책임을 따지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내부 싸움이다. 총선 후 대통령과 당을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은 어디 있는지 조용하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민주당이 관례를 무시하고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을 차지하고도 여차하면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갖겠다는 것은 의회정치에 대한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로 불신만 키운다. 21대 국회에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을 다시 발의하고, '특검 정국'으로 몰고 가는 것도 큰 문제다. 민생을 외치면서도 민주당 입맛에 맞는 법안만 강행 처리한다는 비판도 많다.
국민의힘은 108석으로 192석에 맞설 수 없다는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장동혁 원내수석대변인은 "야당 폭주가 이어진다면 108석인 우리로서는 당연히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장이 민주당 대변인처럼 일방적으로 하는데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게 무엇이 있겠느냐"고 했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일지 모르지만 이런 나약한 모습보다는 투쟁하다 병원에 실려 간다는 단호함과 결기를 보여줘야 한다.
위기의식 없는 국민의힘에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사냥개처럼 야당에 독한 지도부다.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당이라면 야당에도 너그러운 지도부가 어울릴지 모르지만 지금은 최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위기 상황에선 공격력, 전투력 있는 인물이 당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 당이 무기력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대통령의 개혁은 발목이 잡히고 국정 동력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국민의힘, 민주당 이상으로 독해지지 않으면 22대 회기 내내 야당의 폭주에 끌려 다니다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