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강도 저질러 9년 복역…말년에는 SNS로 근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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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풋볼 명예의 전당 회장 짐 포터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심슨은 전립선암 투병 끝에 전날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달전 암 진단을 받고 항암 치료를 해오던 고인의 가족들도 이날 SNS를 통해 "자녀들과 손주들에게 둘러싸인 채 눈을 감았다"고 임종 당시의 상황을 밝혔다.
194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심슨은 가난한 가정 환경과 신체적 악조건을 딛고 성공한 스포츠 스타로 한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구루병에 걸려 5세 때까지 다리에 보조기구를 착용해야 했으나, 뛰어난 운동 신경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1973년 러닝백으로는 최초로 2000야드를 넘게 뛰는 등 미국프로풋볼(NFL)에서 11시즌동안 여러 기록을 남긴 공로로 1985년 프로풋볼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현역 은퇴 후인 1980년대 후반부터는 영화배우와 스포츠 캐스터, 광고모델 등으로 변신해 인기를 이어갔다. 이 시기 대표적인 영화 출연작으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패러디 코미디물 '총알 탄 사나이' 시리즈가 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성공한 흑인의 표상'으로 일컬어지던 심슨의 사회적 위치는 1994년 전처 니콜 브라운과 그의 연인 론 골드먼을 살해한 혐의를 받으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특히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뒤 잠적했다가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해진 TV 생중계는 미 전역을 충격에 빠트렸다.
재판은 인종 및 젠더 갈등과 가정폭력, 경찰의 위법 행위에 대한 논란 등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배심원 선정부터 평결까지 11개월이 걸린 재판에서 심슨은 1995년 10월 무죄 평결을 받았으나, 사건은 지금까지 미제로 남아있다. 심슨의 DNA가 검출된 장갑 등 재판 과정에서 심슨에게 불리한 증거들이 다수 제출됐으나 변호인단은 인종차별주의에 사로잡힌 경찰의 증거 조작을 주장했고, 흑인이 전체 12명 중 9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던 당시 배심원단은 결국 변호인단의 손을 들어줬다.
심슨의 삶은 말년에도 평탄하지 않았다. 2007년 출간한 '만일 내가 그랬다면: 살인자의 고백'(If I Did It: Confessions of The Killer)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범행 여부에 대해 "내가 칼을 집었던 부분은 기억한다. 솔직히 말해서 그 이후에는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해 전처 유가족을 격분시킨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라스베이거스의 호텔·카지노에서 동료 5명과 함께 스포츠 기념품 중개상 2명을 총으로 위협하고 기념품을 빼앗은 혐의로 체포됐다.
이 사건으로 최대 3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9년간 복역한 뒤 2017년 가석방으로 풀려난 고인은 라스베이거스에 살며 SNS에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글과 사진 등을 올리면서 87만여명에 이르는 팔로워와 소통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