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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개봉하는 '오멘: 저주의 시작'는 이 같은 우려를 보기 좋게 불식시킨다. '엑소시스트'와 더불어 오컬트 호러의 양대 '시조새'로 꼽히는 1976년작 '오멘'의 전사(前史)를 그렸는데, 연령대를 불문하고 폭 넓은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하다.
마거릿(넬 타이거 프리)은 수녀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 로마로 향한다. 1970년대 중반 좌우익의 대립으로 혼란스럽던 그곳에서 마거릿은 어렸을 적부터 자신을 돌봐주던 로렌스 추기경(빌 나이)의 따뜻한 환대를 받지만, 보육원과 수녀원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실바 수녀원장(소냐 브라가)으로부터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거릿은 낯선 곳에서의 긴장감을 풀러 나간 술자리에서 정신을 잃은 뒤부터 이상한 환영을 자꾸 마주하는데 이어, 자신에게 카를리타란 이름의 아이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던 수녀가 끔찍한 방식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모습까지 목격한다.
이 와중에 브레넨 신부(랄프 이네슨)는 마거릿을 찾아와 6월 6일 오전 6시에 태어날 악마를 앞세워 전 세계를 지배하려는 교회내 적그리스도 세력의 음모를 귀띔하고, 마거릿은 악마의 씨앗을 잉태한 자가 누구인지 스스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연출자인 아르카샤 스티븐슨 감독은 복고 느낌이 물씬 배어나는 화면의 질감 처리로 영화속 시대적 배경을 강조한다. 시간이 흘러 원작이 살짝 가물가물해진 50대 이상의 관객들을 상대로는 기억의 환기를 돕고, 40대 이하에겐 오컬트 장르가 놓치기 쉬운 리얼리티를 제공한다. 영리한 기술적 접근으로, 흥분하지 않고 차곡차곡 아야가를 풀어가는 솜씨와 맞물려 레트로한 매력이 더해진다.
가장 압권은 마가릿 역의 넬 타이거 프리가 선보이는 무시무시한 수준의 열연이다. 인기 미드 '왕좌의 게임'의 미르셀라 바라테온 역으로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그는 25세란 실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복잡다난한 감정 연기를 무리없이 소화한다.
복선의 배치를 비롯한 줄거리의 흐름이 다소 평이한 게 흠이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극 초반 알아챌 수 있을 듯싶다. 또 악마가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에서 악마의 잉태와 출산에 비중이 실리다 보니, 오컬트 장르의 또 다른 '원조'로 일컬어지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악마의 씨'와 살짝 비슷해진 것도 아쉽다.
그럼에도 원작에 무임승차하는 여느 프리퀄물들과 비교하면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