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영화 명가 블룸하우스 신작
잔인한 장면 없고 러닝타임 짧아
공포장르·가부장제 식상한 연출
아시아인 부정적 시선 등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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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한 '나이트 스윔'은 '겟 아웃' '인비저블 맨' '메간' 등 공포영화를 주로 제작해 온 블룸하우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이다. 이처럼 자타가 공인하는 '호러 명가'의 작품인 만큼 속된 표현으로 우선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문제는 그 절반이 전부라는 것이다. 여기에 '쏘우'와 '아쿠아맨' 시리즈의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더 아쉽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결점은 새내기 연출자의 상업영화 데뷔작임에도 기존 공포영화의 온갖 클리셰들로 범벅이 돼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동명 단편을 장편으로 늘린 브라이스 맥과이어 감독은 '폴터가이스트' 등 여러 공포영화에서 지겹도록 다뤄졌던 '귀신들린 집' 소재를 다시 빌려오지만, 새롭게 변주하는데는 한계를 드러낸다.
가족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아버지가 오히려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한다는 내용 또한 다소 식상하다. 이 같은 설정은 가부장제의 오랜 페혜를 은유적으로 비판할 때 주로 사용돼 왔는데, 가족 형태와 사회 체제가 다양해진 요즘은 낡아보일 수밖에 없다.
이밖에 수영장을 채우는 물의 초자연적 힘을 맹신해 몹쓸 짓을 저지르는 노부인을 아시아인으로 설정한 점 역시 안이한 접근이다. 동양을 열등하고 미개한 타자(他者)로 바라보는 서구 사회의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이 진하게 배어나는 대목이다.
다만 상영 시간이 1시간 38분으로 길지 않고, 공포영화치고는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이 거의 없어 큰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건 몇 안되는 장점이다. 비교적 저예산으로 만들 수 있어 '누구나' 도전 가능하지만, 웬만해선 '아무나' 잘 만들기 힘든 장르가 바로 공포영화란 속설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