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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와 대한민국 부산 간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 투표 결과다. 결과를 놓고 여러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엑스포 유치 패착 중 하나로 '오일머니'를 꼽았다. 사우디는 유치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에게 물량공세를 펼쳤고, 한 개도국 외교관은 "눈높이를 맞춘 사우디가 더 반가웠다"며 흡족한 속내를 내비쳤다. 오일 머니는 현실이었다.
사우디의 오일머니에 대응할 우리 정부 방안은 미흡했지만, 케이팝(K-POP)과 한류, IT 허브역할을 통해 선도적 중견국가의 면모를 알린 건 향후 엑스포 유치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 대기업과 개도국 간 산업 연계를 통한 정부의 중장기적 경제협력 계획이 단초를 마련한 셈이다.
전 세계를 방문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한 점도 성과로 꼽힌다. 외교가에 따르면 이번 엑스포 유치활동이 우리 외교력을 한 층 끌어올렸다. 특히 표 밭으로 알려진 아프리카의 경우 정부가 공을 많이 들였는데, 그간 외교 역량이 미치지 못했던 국가까지 고위급 인사가 방문해 관계 발전에 진전이 있었다는 것이다.
"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의관을 바르게 할 수 있고(以銅爲鑑·이동위감),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흥망성쇠를 알 수 있으며(以古爲鑑·이고위감),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이익과 손해를 알 수 있소(以人爲鑑·이인위감)."
중국을 태평성대로 이끈 당태종과 신하 간 대화를 정리한 정관정요(貞觀政要) 위징전(魏徵傳)의 일부다. 정부는 이번 유치전을 통해 국제 네트워크를 넓힌 성과는 받아들이되 잘못된 허물은 잘라내 다음 매뉴얼을 구성하길 바란다. 정부의 부산 엑스포 유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