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고원인을 명확하게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원인을 알아야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텐데 땜질처방에 그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5일 행정전산망의 마비사태를 야기한 부품 손상이 노후화 때문은 아니며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17일 정부 행정전산망이 마비된 원인은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결해 주는 장치) 불량 때문이라고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가 설명했다. 이것을 밝혀내는 데만 일주일 이상 걸렸다.
도로와 철도뿐만 아니라 국가 행정전산망도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사회간접자본(SOC) 중 하나다. 행정안전망의 성능과 안전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계속 확보해 나가는 것이 동반성장 같은 목표보다 우선돼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는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반성장을 앞세워 대기업을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서 배제하고 경험과 인력·기술력이 부족한 업체들을 대거 공공 정보 사업에 참여시키다 보니, 위기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에 문제가 된 '새올' 행정시스템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등 올 들어 장애가 발생한 공공 전산망은 모두 중소기업이 개발했다.
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 계약을 맺은 수많은 업체가 보안·운영·관리·설비 등을 제각각 나눠서 맡다보니 신속한 원인파악이 힘들다는 지적이다. 정부 시스템의 개발·운영에 참여하는 업체가 1400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신속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도록 관리체계를 개편하는 한편, 행정전산망은 안전과 성능 면에서 모두 세계 최고의 수준을 유지하도록 예산을 늘리고 대기업 참여도 허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