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수장 공백은 초유의 일로 사법개혁 지연, 사법부의 신뢰도 추락, 심각한 재판 지연 등의 사태를 초래하는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국회가 신속하게 임명 동의 절차를 밟지 않고 정치 투쟁을 일삼으며 후보자 신상 털기, 의혹 제기, 인신공격, 가족 문제 캐내기에 몰두한다면 국회는 '의회 권력 횡포'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다.
헌재 소장은 지난달 25일 임명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왔는데 인사청문회를 소장 퇴임 이후로 잡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헌재에는 사형제 헌법소원, 상속과 관련된 유류분(遺留分) 제도 위헌법률 심판, KBS 수신료 분리 징수 헌법소원 등 주요 사건이 올라와 있다. 국민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건을 권한대행 체제로 다루긴 어려운 상황이다.
대법원은 어떤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9월 24일 퇴임 후 오늘까지 안철상 대법관(선임)이 44일째 권한대행을 하고 있다. 야당 공세로 이용균 후보자가 낙마했는데 국회 인준 실패는 35년 만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실이 국민을 인질로 정치 투쟁을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을까. 대법관 후보로 김형두 헌법재판관 등 서너 명이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대법원의 파행 운영도 문제다. 상고심 심리에 차질을 빚고 있고, 중대 사건 판례 변경을 위한 전원합의체 선고도 중단된 상태다. 재판 지연도 심각한데 조국 전 장관 1심 판결이 3년 2개월 만에 나왔다. 민사 사건 중 2년이 지나도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은 게 1만4428건이다. 후보자가 지명되면 국회는 청문회를 신속히 끝내 사법 파행의 장기화를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