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노총과 민노총 양대 노동단체는 매년 막대한 조합비를 거둬 사용하면서도 회계 공개를 거부해 선명성과 투명성에서 큰 결함을 남기고 있었다. 지난 5년간 양대 노총은 정부와 광역자치단체로부터 15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그 사용처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해 왔다.
한노총과 민노총의 이번 결단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노조원들은 조합비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권리가 있다. 여러 사정으로 조합비 용처에 대해 노조원은 물론 정부가 공개를 적극 요구하지 못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다. 양대 노총은 지금껏 회계 비공개 상황을 즐겨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노조 간부 해외 출장, 조합원 자녀 영어캠프 비용으로 정부 보조금을 편법 지출한 것은 물론 심지어 친북 사업에까지 사용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노조 부패'를 공직·기업 부패와 함께 한국의 3대 부패로 규정하고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를 관련 법과 시행령의 개정을 통해 추진해 왔는데 이것이 타당했을 뿐만 아니라 효과적이었음이 드러났다.
한노총과 민노총이 고물가, 고금리에 시달리는 노조원들의 형편을 헤아려 동참키로 한 것을 환영한다. 이제 한노총과 민노총은 투명한 회계를 실천해야 한다. 회계 투명성이 노조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논리는 노조원들에게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세금이 지원된 노조 활동의 투명성 확보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른 게 아니라 그게 바로 노동개혁의 과정이 아니겠는가. 아울러 정부도 여타 노동적폐들을 하나씩 철폐해 나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