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4일 퇴임한 후 대법원장 공석 사태는 열흘을 넘기고 있다. 민주당이 부결을 강행할 경우 사법부의 리더십 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대통령이 임명 절차를 다시 진행하더라도 후보자 지명과 인사청문회 등이 필요해 최소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다음 본회의 일정이 다음 달 9일인데, 이달 27일까지는 국정감사 기간이어서 본회의 전까지 인사청문회를 마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사법부의 또 다른 축인 헌법재판소도 비상이 걸렸다. 유남석 소장도 다음 달 10일 임기가 종료되는데, 새 헌재소장 역시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야하는데 지금 민주당 기세로 봐서는 헌법재판소의 소장을 뽑는 일에도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많다. 이럴 경우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장 공석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를 포함해 상고심 심리 지연은 물론이고 대법관 임명 제청을 비롯한 법관 인사에까지 문제를 발생시킨다. 당장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 민유숙 대법관 후임자 지정부터가 문제다. 대법관 제청은 헌법상 대법원장의 고유 권한인 데다, 천거에서 검증과 제청까지 통상 3개월 걸렸던 점을 감안할 때, 오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 '대법관 공백' 사태도 발생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삼권분립을 명문화하고 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상호견제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기본이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우리 사법부가 지나치게 국회에 예속돼 왔다. 사법부 수장이 제자리를 잡는 것이야말로 사법부 독립의 시작임을 국회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