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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26일 시장의 평가는 참담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종가(18만2600원)보다 낮은 16만9500원에 거래를 시작했고, 이날 결국 17만15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전 거래일보다 6.08% 하락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악재로 평가된다. 주식 수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공시를 살펴보면 총 1조1800억원의 유상증자 금액 가운데, 채무상환자금은 3500억원 규모다. 시설자금 및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는 약 8300억원을 활용할 예정이다. 단순히 빚을 갚기 위해 진행하는 증자가 아닌 셈이다.
오히려 김준 부회장은 주주서한을 통해 이번 유상증자는 회사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토대로 그린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회사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그린 비즈니스로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1년 앞당긴 2024년에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악재로 평가한다. 자금조달의 목적 가운데 약 30%가 채무 상환을 위한 것이기 때문으로, 이는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설자금 투자, 타법인 취득 등은 장기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에 대한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 비즈니스로의 전환이라는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등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 필수다. 오히려 지금 투자가 없는 회사는 미래에 대한 준비가 없는 셈이다.
투자가 없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정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