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미국의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조항으로 미래경영이 불투명해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새 돌출변수가 발생했다. 미국의 이런 요청은 중국이 마이크론을 대상으로 이달 안보심사에 들어간 데 따른 대응으로 이해된다. 이에 앞서 중국은 이달 들어 메모리 반도체 3대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에 대한 국가안보 침해를 이유로 조사에 착수했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 반도체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지원법 입법을 통해 동맹국들과 협력해 왔다. 그렇지만 동맹국 기업에 대해 직접적인 행동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중 간 기술전쟁이 더 치열해진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중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규제에다 직접적 판매규제까지 가해질 경우 장기적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물론 미국이 자국이나 동맹국 기업을 겨냥한 어떠한 경제적 강압도 동맹과 공조를 통해 좌절시킬 것임을 중국에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사적 영역의 기업 영업활동을 직접 규제하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드문 일이고 응분의 보상이 따라야 한다.
정부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요청을 계기로 미국의 보조금 혜택의 '독소조항'을 완화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특히 대중국 장비 수출 규제 유예를 최대한 연장하고 제한기술 기준을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협상을 마무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반도체 핵심 공정 접근 허용과 초과이익 공유 등 핵심적 독소조항에 대해 우리 측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