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원리로 따지면 전기요금은 원자잿값 상승에 따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반면 고물가 고금리에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이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 살림을 옥죌 수밖에 없어 연기론도 만만치 않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한국전력은 지난 한 해 순손실만 24조원에 달하는 등 계속되는 적자로 작년엔 이익잉여금마저 반토막이 났다.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로 진입해 결손이 발생하면 결국 국민 혈세로 수혈해야 한다.
공기업이라지만 시장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전 측은 전기를 만들 때 필요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반면 원재료 인상분만큼을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급상황이 악화하며 한전의 전력구입비 평균단가는 2021년 1Kwh당 95원에서 지난해 155원으로 63%나 올랐다.
문제는 에어컨이 본격 가동되는 6월 이후에도 전기요금을 묶어두면 한전적자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올라가는 반면 전기는 무절제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초여름 전에 전기요금을 올려 전기를 아껴 쓰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은 물가관리를 맡는 기획재정부와 한전 주무부처인 산업부 간의 협의로 결정된다. 정부는 선거를 앞둔 정치권 눈치를 보지 말고 2분기 전기요금을 소폭이라도 올리기 바란다. 어차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바엔 타이밍 맞게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