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단 최악의 상황은 피했고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다. 실질적인 확장이 양적인 증산으로만 규정됐기 때문에 중국 공장에서 '기술 업그레이드'를 할 길은 열렸기 때문이다. 기술 업그레이드에 대한 원천봉쇄라는 최악의 경우를 피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기업들은 중국공장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면서 기술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투자 제한에 대해서는 유예조치가 이뤄졌지만 미국 내 투자에 대한 독소조항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 상무부는 지원금을 신청하는 한국 기업에 재무관련 사항은 물론 최첨단 공정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까지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기술과 경영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망치를 초과하는 수익을 미국과 공유해야 한다는 조건도 부담스럽다. 보조금 혜택이 한국 기업에 '독배'일 수 있다는 우려감은 여전하다. 또 유예기간이 지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내 공장 운영이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 관련해 미국의 주요 실무진이 23일 방한한다.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되어 추가협상이 가능한 향후 60일간 첨단시설 접근권한, 주요 경영정보 제공, 초과 이익환원 등 독소조항 완화에 전력투구하길 기대한다. 오는 4월 26일 있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반도체지원법 관련 실무협상을 마무리 짓기 바란다.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안보와 경제는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있는 만큼 가치 동맹국들인 한미 양국이 이런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