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로 퍼진 反 난민정서 더 자극
"내년 선거 의식한 의도적 전략" 의견도
|
BBC·가디언·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수도 앙카라에서 TV 연설을 통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분리주의 테러조직을 몰아내기 위해 며칠 내(within a few days) 군사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가 전날 터키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 감시 초소를 세웠다고 밝힌데 대해 내놓은 반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 작전 목표는 미군이 아니라 테러조직”이라면서도 “초소 설치는 미국이 터키를 테러조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테러조직을 터키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 북동부 산맥에서 발원해 시리아 한가운데를 종단하는 유프라테스강 동쪽 지역에는 미군 2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다. 터키와 시리아 내 쿠르드족 반군의 충돌을 막는다는 이유에서다. 터키 집권당은 쿠르드족 인민수비대(YPG)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소탕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터키는 자국에서 활동하는 쿠르드노동자당(PKK)과 YPG을 한 몸으로 간주한다.
군사 분쟁이 일어나면 시리아 난민들이 터키 등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이미 시리아 난민 360만7000명을 수용한 터키에서도 시리아 내전이 8년째 접어들면서 반(反)난민 정서가 퍼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리라화 가치 폭락·인플레이션·실업 문제를 겪고 있는 터키인들이 난민에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는 것. 시리아인들은 값싼 임금에도 일하려고 해서 터키인들이 노동시장 경쟁 우위에서 밀리고 있다. 터키인들은 늘어난 병원 대기 시간이나 혼잡한 교실 상황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관용을 보이던 터키인들이 한계에 이르자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둔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족주의’를 건드리고 있다. 여론을 의식해 터키인들 간 분열을 막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난민 문제를 다루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경제가 악화하면 시리아인들은 어쩔 수 없이 희생양이 될 것이고, 이는 분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매우 관대하게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고 있지만 이젠 그 나라 자체들도 한계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