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노선 확대·월드컵사업 맞손
사우디·이집트는 보란듯 봉쇄지속
카타르는 테러 조직을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적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6월 5일 역내 수니파 맹주 사우디를 포함해 UAE·바레인·이집트 등 4개국으로부터 단교를 당했다. 이들 국가들과 교역이 중단됐고, 육로·영공·영해는 폐쇄됐다. 사우디와 국경을 맞댄 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카타르에 주변국들과의 육상·해상·항공 통행 및 교역 중단은 타격이 크다. 특히 식량의 99%를 수입에 의존하는 까닭에 인도주의적 위기가 불거졌다.
카타르 정부 대변인은 최근 러시아 국영 스푸트니크 뉴스에 내년 열리는 걸프협력회의(GCC)에 공식 초청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GCC는 UAE·쿠웨이트·바레인·카타르·오만 등 6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대변인은 단교 사태를 언급하며 “카타르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평화적이고 열린 대화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집단 따돌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카타르는 터키와 이란에서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군주는 지난 2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끈끈한 유대 관계를 강조했다. 터키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열린 제4차 터키·카타르 고위전략위원회에서 “양국이 어려울 때 서로 돕는 진정한 친구 사이라는 사실이 여러 차례 확인됐다”면서 “터키는 형제국 카타르가 처한 봉쇄와 제재를 깨고자 매우 애썼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월 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카타르는 최근 터키 경제를 노린 음모에 맞서 터키 편에 섰다”고 덧붙였다. 타밈 군주도 양국 발전에 기쁨을 나타내며 모든 분야에서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이날 회의에서 수송·무역·경제·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키로 했다.
물론 이 같은 흐름을 견제하는 분위기도 공존하고 있다. 실제 타밈 군주와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정을 과시한지 하루 만인 2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압둘 팟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카이로에서 만나 “카타르 봉쇄를 지속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국은 1년 넘게 아랍 4개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카타르에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고 중동 알자지라 방송이 전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터키는 물론 이란과도 정치·경제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7일 국영 카타르항공은 내년 1월 2일부터 이란행 노선 운항 횟수를 늘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카타르항공의 이란행 노선 증설은 미국의 이란 제재 복원 이후 다른 외국 항공사들의 행보와는 완전히 다르다. 영국항공·에어프랑스·KLM 등은 테헤란행 노선을 중단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이란행 노선을 하루 4회에서 3회로 줄였다.
카타르와 이란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인프라 사업도 협력하기로 했다. 앞서 이란은 카타르 단교 사태 직후에도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등 단교국을 통한 수입에 의존하던 카타르에 식료품을 즉시 공급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카타르에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경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카타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2.5%로 증가할 전망이다. 메릴랜드 대학 쉬블리 텔라미 정치학 교수는 “단교 사태 이후 카타르와 터키 교역량은 증가했다”면서 “카타르는 독립적으로 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