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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상풍력, ‘비용’ 색안경 벗고 ‘안보’와 ‘미래’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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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2. 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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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화 한국풍력에너지학회 풍력산업발전전략위원장
최근 해상풍력 시장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발목을 잡는 건 언제나 "비싸다"는 인식이다. 균등화발전원가(LCOE)라는 경제성 지표만 들이대면 해상풍력이 다른 발전원보다 비용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해상풍력을 오직 '비용'이라는 잣대로만 재단하는 것은 코끼리의 다리만 만지며 전체 모습을 짐작하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금 우리는 계산기 두드리기를 멈추고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비용이 얼마인가"를 넘어 "우리는 어떤 에너지 안보 구조를 가질 것인가", 그리고 "미래 세대의 먹거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물어야 할 때다.

대한민국은 에너지의 93% 이상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국제 정세가 요동칠 때마다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는 이 취약한 구조에서, 바람이라는 무한한 국산 자원을 활용하는 해상풍력은 단순한 발전 수단이 아니다. 이는 화석연료 수입을 줄이고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는 '안보 정책'의 핵심축이다.

전력망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해상풍력의 가치는 독보적이다. 태양광은 낮 시간에만 전기를 만들 수 있지만, 해상풍력은 야간과 겨울철에 발전 효율이 높다. 설비 이용률 또한 40% 내외에 달해 태양광보다 월등히 높다. 전력 수요가 높은 시기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함으로써 전력망의 균형을 맞추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좁은 국토 면적 또한 우리가 해상풍력을 선택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다.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재생에너지를 태양광만으로 충당하기에는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2.8GW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가 생산하는 전력량과 동일한 양을 태양광으로 얻기 위해서는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에 달하는 광활한 부지가 필요하다. 산지가 많은 우리 국토 여건상 이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반면, 육지 면적의 4배에 달하는 관할 해역을 가진 우리에게 해상풍력은 국토의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대규모 청정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무엇보다 해상풍력은 그 자체로 거대한 미래 산업이다. 해상풍력은 철강, 기계, 조선, 중전기기, 건설이 융합된 종합 플랜트 산업으로, 1㎿를 설치할 때마다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 많은 고용을 창출한다. 우리 기업들은 이미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 탄탄한 내수 시장이 형성된다면, 기업들은 이를 발판 삼아 2050년까지 급성장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즉, 해상풍력 투자는 사라지는 비용이 아니라 조선과 중공업을 잇는 제2의 수출 주력 산업을 육성하는 '투자'인 셈이다.

물론 현재의 높은 발전 단가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산업이 그렇듯 초기 단계의 높은 비용은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해상풍력 선진국인 유럽 역시 초기에는 높은 비용을 감내하며 꾸준히 투자했고, 그 결과 규모의 경제와 학습 효과를 통해 지금의 경쟁력 있는 단가를 만들어냈다. 반면, 당장의 비용 절감에만 집착해 무리하게 가격을 낮추려 했던 영국과 덴마크는 최근 사업 유찰과 중단 사태를 겪으며 산업 생태계가 위축되는 역설을 맞이했다. 이는 초기 시장에서 '최저가'만을 고집하다가는 공급망이 무너지고, 결국 중장기적인 비용 하락과 보급 목표 달성 모두 실패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확대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RE100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라는 무역 장벽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저탄소 전원인 해상풍력 없이는 우리 주력 산업의 수출 경쟁력을 지켜내기 어렵다. 지금의 비용은 미래 에너지 주권과 산업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전략적 초기 투자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해상풍력을 반도체와 같은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금 투자를 주저하여 적기를 놓친다면, 훗날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현재의 보조금보다 훨씬 혹독할 것이다. 눈앞의 계산기만 두드리다 전력 안보와 산업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을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결단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것인가. 해상풍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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