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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헌금’ 증거인멸 정황에 ‘닭 쫓던 개’ 신세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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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1. 13. 18:08

휴대전화 비번 공개 거부…PC 포맷
"골든타임 놓쳐" 초동수사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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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무소속 의원(왼쪽)과 김경 서울시의원. /연합뉴스
'공천헌금'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핵심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전자기기를 확보하고도 이렇다 할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확보한 기기들이 사실상 '빈 깡통'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강선우 무소속 의원은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거부하고 있고, 김경 서울시의원은 이미 PC를 포맷(초기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피의자들의 '증거 인멸' 정황이 드러나는 가운데 수사당국의 신속하지 못한 초동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1일 공천헌금 의혹을 받고 있는 강 의원과 김 시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강 의원의 최신형 아이폰 1대와 김 시의원의 PC 3대를 확보했다.

사건 당사자들의 통화나 메시지, 이른바 '스모킹 건(핵심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물 휴대전화나 PC 확보가 필수적이다. 휴대전화에 대한 통신 조회 가능 기간은 통상 1년으로, 이번 사건의 경우 공천헌금 사건이 발생한 2022년의 통신 기록을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의원 측은 경찰에 해당 휴대전화에 대한 비밀번호 제공을 거부했다. 강 의원이 비밀번호를 밝히지 않아도 경찰이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문제는 최신형 아이폰에 대한 포렌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신형일수록 휴대전화 자체 보안의 수준이 강력해 현재 기술로는 비밀번호 해제에만 수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문제는 김 시의원에게서도 나타났다. 경찰이 확보한 김 시의원의 PC가 '깡통'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PC 2대 모두 하드디스크가 지워진 상태였다. 1대의 경우 지난해 10월 8일께 포맷한 흔적이 발견됐다. 김 시의원이 같은 해 10월 1일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종교단체 신도 3000명에게 당비를 대납하고 당원으로 동원해 지방선거에서 김민석 국무총리를 밀어주려 한다"는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된 직후다. 경찰은 지난 12일 김 시의원이 사용하다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의회에 반납한 PC 2대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한 대에서도 포맷 흔적이 발견됐다.

공천헌금 의혹이 불거진 지 13일 만에야 압수수색을 진행한 경찰이 사건의 핵심 증거물을 확보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의자들은 당연히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지우려 할 것"이라며 "휴대전화와 PC 등 현대 수사에서 기본으로 확보돼야 할 증거물들이다. 경찰은 이를 예상하고 신속한 강제 수사에 착수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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