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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논리’ 앞세운 美, ‘레드라인’ 그은 유럽... 그린란드발 ‘나토 균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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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1. 07. 08:59

거침없는 트럼프, 그린란드 편입 위협하자 유럽 지도자들 "공동 방어선" 구축
백악관 부비서실장 "덴마크 주장, 국제적 예의, 힘이 현실 지배"
그린란드, 中 북극 '남중국화' 저지와 희토류 확보의 최전선
USA-TRUMP/GREENLAND-EUROPE
2025년 3월 11일(현지시간) 그린란드 총선을 앞둔 9일 누크의 한 동상 옆에서 덴마크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로이터·연합
미국이 전격적인 군사작전을 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 편입 주장을 노골화하자 대서양 동맹이 거세게 요동치고 있다.

백악관이 외교적 관례를 무시하고 '힘의 논리'를 앞세우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유럽 주요국들은 연대를 표명했다.

◇ 유럽 7개국 정상 "그린란드는 흥정 대상 아냐...오직 주민의 것"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덴마크 등 유럽 7개국 정상은 6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의 압박에 직면한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강력한 연대를 표명했다고 로이터·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캐나다와 네덜란드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7개국 정상들은 "그린란드는 그 주민들의 것"이라며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관한 사안은 오직 덴마크와 그린란드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정상들은 이어 북극권 안보는 미국의 일방적 행보가 아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의 집단 협력을 통해 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나토 동맹의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미국에 역사적 동맹의 영토를 위협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그린란드를 점령하려는 미국의 군사작전은 나토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Greenland-Security-Explainer
덴마크 군대가 2025년 9월 15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소속 수백 명의 병력이 참여한 가운데 그린란드 누크의 북극해에서 진행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AP·연합
◇ 충돌하는 세계관, 백악관의 '힘' vs 나토 '규범'

갈등의 골은 깊다. 트럼프 행정부는 '힘에 의한 평화'를 넘어 '힘에 의한 질서'를 내세우고 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덴마크의 주권 주장을 '국제적 예의(international niceties)'라고 일축하면서 "우리는 '힘·무력·권력(strength·force·power)'이 지배하는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의 아내 케이티 밀러는 지난 3일 성조기가 덮인 그린란드 지도와 함께 '곧(SOON)'이라는 문구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려 유럽의 공분을 샀다.

이에 대해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나토 동맹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어떤 회원국도 다른 나토 회원국을 공격하거나 위협해서는 안 된다"며 "그렇지 않으면 나토는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러 엑스 계정
스티븐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아내 케이티 밀러가 3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이미지로 그린란드 지도에 성조기가 덮혀 있다.
□ 트럼프는 왜 '얼음의 땅'을 탐할까

유럽의 반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Needs)'이라며 물러서지 않는 배경에는 그린란드의 막대한 지정학적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 AP통신은 이를 △ 위치(Location) △ 군사 안보(Security) △ 자원(Resources)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 그린란드의 전략적 위치

그린란드는 캐나다 북동부에 위치하며 영토의 80%가 북극권에 속한다. 기후 변화로 북극 얼음이 녹으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인 '북서항로'가 열리기 때문에 이 세계 최대의 섬이 안보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 中·러의 위협과 미국의 '창과 방패'

미국은 중국이 '극지 실크로드(Polar Silk Road)'를 통해 북극을 '제2의 남중국해'로 만들려 한다고 의심한다. 또한 러시아가 북극권 내 군사 기지를 복원하고 핵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그린란드의 군사적 가치는 절대적이 됐다.

미국 우주군은 그린란드에 '피투픽 기지(Pituffik Space Base)'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기 경보 및 우주 감시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그린란드는 영국·아이슬란드와 함께 대서양으로 진출하는 러시아 잠수함을 감시하는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해협(GIUK Gap)'의 핵심 축이다. 그린란드를 잃는다는 것은 대서양 방어선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의미한다.

◇ 희토류 확보 자원 전쟁

미국은 첨단 산업의 쌀인 '희토류'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막대한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GREENLAND-DENMARK-US-DIPLOMACY-NATO
옌스 프레데릭 닐센 그린란드 자치정부 수반이 1월 5일(현지시간) 그린란드 누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연합
◇ 유럽의 딜레마, '공포'와 '현실' 사이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이 처한 복잡한 딜레마를 조명했다. 유럽 정상들은 러시아 견제를 위해 미국의 군사력이 절실하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개입에는 침묵했지만,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의 영토 주권이 위협받는 상황은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유럽은 베네수엘라 사태 때보다 더 크게 반발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식 '강대국 세력권(Spheres of Influence)' 정치가 전후 국제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FT는 "트럼프의 그린란드 영유권 주장은 유럽이 답을 찾지 못한 채 고심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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