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장 측 "인파 통제는 경찰 담당"
피해자 대리인도 출석…"방청 기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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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9-1부(공도일 민지현 이재혁 고법판사)는 2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구청장과 유승재 전 부구청장,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 등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지난해 9월 1심 선고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날 1심이 재난안전법상 사회재난 규정을 열거된 항목만 해당하는 '제한적 열거 규정'으로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며 "이태원 참사는 지자체가 각종 의무를 부담하는 사회재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사고가 임박했을 당시 피고인들의 사전 예견 가능성 또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재난안전법이 열거하는 사회재난 유형에 이태원 참사가 포섭될 수 없다"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선 인파 유입을 막거나 밀집 인파를 해산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데, 피고인들은 그런 권능이 없었다. 용산구의 인파 통제는 경찰이 담당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측 대리인도 이날 재판에 출석해 "용산구민이면 핼러윈 때 인파 운집 전례가 여러 번 반복됐던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재난안전법상 지자체에 인파를 유도하고 대피시킬 권한이 분명이 명시돼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진술권을 적법하게 행사하기 위해 유족들의 방청 기회를 보장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6일 2회 공판을 거쳐 7월부터는 증인신문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박 구청장은 2022년 10월 29일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상 사고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하게 운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자신의 참사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심은 "행정기관이 사전에 특정 장소로 인파 유입을 통제하거나 밀집된 군중을 분산·해산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주의의무는 자치구의 추상적 의무에 해당할 뿐, 피고인들의 구체적인 의무를 규정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에 대해서도 "허위 보도자료 작성을 지시하거나 이를 기자에게 배포하게 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